[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31] It’s because I don’t do it
27살 프란시스는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무용수를 꿈꾸지만 아직 정식 단원이 되지 못하고 극단에서 연습생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 사이 후배들은 하나둘 정식 단원이 되어 자기 자리를 찾지만 프란시스만 늘 제자리. 설상가상으로 모아둔 돈마저 떨어져 당장 백수 신세다. 영화 ‘프란시스 하(Frances Ha∙2012∙사진)’는 꿈과 현실 사이, 그 애매한 틈에서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 영화다.
무용수로 젊지 않은 나이 스물일곱,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기엔 애매하게 이른 나이. 극단 단장인 콜린은 프란시스에게 사무직을 제안하지만 그래도 아직 꿈을 포기할 순 없다. 지금은 그저 무용수로도 성공하고 자기 일을 개척한 단장이 대단해 보일 뿐이다. “선생님은 언제 봐도 정말 존경스러워요. 멋지세요.(I just wanted to say that I really look up to you, and I just, I think you’re great.)” 콜린은 무심하게 답한다. “사무나 보는 늙어빠진 무용수가?(A beat-up old dancer doing paperwork?)”
프란시스는 친구의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하자 대뜸 “복잡한 직업이라서요?(Because what you do is complicated?)”라는 답이 돌아온다. 프란시스의 대답은 다소 엉뚱하다.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저는 무용수예요, 아마도.(Because I don’t really do it? I’m a dancer, I guess. )”
프란시스는 정식 무용수도 아니고 정식 무용수가 될 가능성도 작다. 아마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거다. 프란시스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지만 아직도, 그리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직업은 무용수다. 지금 하고 있지 않더라도, 심지어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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