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겨울을 상상하며
폭우가 할퀴고 간 자리를 폭염이 차지했습니다. 빗속에서 살아남은 매미들이 안간힘을 다해 울어댑니다. 바야흐로 성하(盛夏). 예전 여름은 이토록 난폭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한반도의 여름은 생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계절로 변모합니다. 여름, 좋아하시나요? 어떤 이들은 사랑해 마지 않는 이 활기가, 기질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이 시끄러운 계절이 어서 끝나고 죽음을 묵상하는 차분한 계절로 접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 Books는 여름휴가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라 글쓰기와 생계를 위한 일을 병행하는 직장인 저자 다섯 명이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격렬하게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휴가철 ‘K직장인’들을 위한 책 두 권씩을 추천했습니다. 일을 완전히 잊고 머리를 비울 수 있을 만큼 흡인력 있는 책 열 권, 기대하세요.
“우리가 돌아왔을 때 파리는 정말로, 하늘에 구름이라곤 한 점도 없이 다 걷혀, 맑고 추운 좋은 날씨가 되어 있었다. 도시는 겨울이란 계절에 순응하고 있었다. 우리 집 건너편에 장작과 석탄을 파는 가게에는 질 좋은 땔감이 나와 있었고, 카페 앞 테라스에 난로를 내놓아 따뜻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멋진 카페들도 많이 보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보낸 20대의 나날을 회고한 산문집,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한길사)에서 읽은 구절입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겨울을 묘사한 책을 읽는 것도 휴가 때 할 법한 일이죠. “청량하고 싸하게 매운 바람을 맞으면서 바람이 막 쓸고 간 뤽상부르 정원 사이로 난 자갈길을 산책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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