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13] 히딩크의 첫 번째 별명
인턴 사원으로 6개월간 최선을 다했는데도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 지인의 딸이 우울해 한다는 말을 들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한 실망이었다. 성공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어려운 건 노력에 비례해 꼭 실력이 상승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도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정체 구간이 있듯이 말이다. 사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쭉쭉 느는 시기는 초심자 시절뿐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노력한다고 해도 바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성공 여부는 그 수평적 정체기를 뚫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까지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고작 몇㎝ 정도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길고 긴 4년을 견디고 나면 6주 만에 15m까지 자란다. 4년 동안 전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대나무가 5년째 되는 해, 울창한 숲으로 자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모소 대나무가 견딘 4년이다. 모소 대나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속 ‘어두운 땅속으로’ 길고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눈에 보이는’ 나무의 높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의 깊이에 비례한다. 이것이 바로 노력의 ‘강도’만큼 노력의 ‘지속’이 중요한 이유다. 이것이 포기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자, ‘실패’가 ‘시도’로 바뀌는 마법이다. 성공하는 사람이 계속 ‘성공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성공 이후, 성공의 공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말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실패에 대한 정의가 재정립된다는 뜻이다.
히딩크가 국가대표 팀 감독이 됐을 때, 그는 프랑스나 체코 같은 강팀과 붙어 연달아 5대0 패배를 기록하면서도 어려운 상대만 고집했다. 질 것을 뻔히 알면서 그가 강팀을 고집한 건 월드컵에서 실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우리는 거스 히딩크의 첫 번째 별명이 영광의 ‘히동구’가 아니라, 실패뿐인 ‘오대영’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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