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몸쓰다
얼마 전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가 방송에 나와, 조성진의 재능을 5초 만에 알아봤다고 말했다. 연주자의 첫소리만 들어도 그의 재능과 내공, 음악에 대한 사랑, 열정을 안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보아도, 야구감독은 선수의 투구 폼만 봐도 느낌이 온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일종의, 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상대의 내공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한 대화였다.
지인들과 함께, 같이 일하면 좋은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각자의 업계에서 서로 다른 경험으로 쌓은 정보를 나누다가, 한 지인이 ‘보디 데이터’를 믿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처음 들어보는 조어였지만,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다들 무슨 말인지 촉이 왔다. 내 몸도, 타인의 몸도 생각보다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타고난 것이든,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든, 교육에 의한 것이든 우리의 몸은 내가 누구인지 제법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몸이 전하는 비언어의 세계에 주의를 덜 기울이고, 몸의 언어를 믿는 일에 불안을 느낄 뿐이다.
안애순 안무가는 몸의 언어에 주목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 그는 몸을 하나의 장소로 바라보면서, 몸이 축적한 시간의 기억을 끌어내는 작품 ‘몸쓰다’를 제작했다. 이 작업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몸의 언어를 촘촘하게 엮어 무대 위에 펼친다. 몸을 사용(using)하는 일은 그대로 쓰는(writing)일이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 작품 제목은, ‘몸’ 없이 살 수 없는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세계와, 그 세계로부터 이탈하고 싶은 몸의 바람을 전한다. 그로부터 온전히 나의 몸과 타인의 몸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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