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선로 위 출몰하는 실루엣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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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늦가을, 30대 남성 열차 기관사 사와키 히데오는 열차를 운행하다 '실루엣'과 마주쳤다.
당황한 사와키는 오른손으로 브레이크장치를 돌려 열차를 급정지시켰다.
실루엣은 사람이었던 걸까.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목격자와 경찰을 만나던 마쓰다는 여성의 실체가 과거 열차 사고로 사망했던 인물이라는 정황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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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 꼽히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가즈아키가 장편소설을 펴낸 건 일제의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를 비판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제노사이드’(2012년·황금가지)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소설은 1962년 도쿄 열차 추돌사고 사망자 160명 중 한 명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소설은 월간지 기자 마쓰다 노리오가 심령 특집 기사를 취재하며 시작된다. 마쓰다는 선로에서 한 여성이 희미하게 찍힌 제보 사진을 받는다.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목격자와 경찰을 만나던 마쓰다는 여성의 실체가 과거 열차 사고로 사망했던 인물이라는 정황을 파악한다. 흥미를 끌 만한 기삿거리를 찾아다니던 마쓰다는 조금씩 ‘왜 여성의 혼이 지상을 떠나지 못하는지’ 궁금해한다. 마쓰다가 여성의 ‘유령’을 마주한 뒤 2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의 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다가 절망하는 심리를 애절하게 그렸다.
이 책은 올해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일본에서 화제를 끌었다. 군더더기 없이 사건 위주로 빠르게 진행되는 덕에 흡인력이 높다. 충실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로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걱정하며 매일 운행하는 철도 기관사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살려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심령처럼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휩쓸린 일본 사회상을 반영하기 위해 1990년대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요즘 한국 현실과도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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