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출력에 드리프트까지, 전기차도 운전 재미있네
세계서 주목받은 ‘아이오닉 5 N’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첫 전기차
N 비전 74나 아이오닉 5 N은 기본적으로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차여서 변속기가 따로 없지만 가상으로 변속 느낌을 구현했다. 힐크라임 트랙 코너를 앞에 두고 감속하자 N 비전 74는 내연기관차처럼 기어를 낮춰 엔진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을 사운드와 저항, 단절감으로 기가 막히게 흉내 낸다. 고성능 전기차의 냉각 및 제어, 배터리 관리 노하우 또한 아이오닉 5 N과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눈썹 휘날리게 빠르고 입꼬리 올라가게 재밌다.
이날 현대차는 ‘N 무브먼트’ 세션을 통해 아이오닉 5 N과 N 비전 74 등 총 4대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자동차의 방향 바꾸는 드리프트(drift) 쇼에 나섰다. 레이서와 연구원 등 전원 한국인이 운전대를 쥔 넉 대의 N이 뒷바퀴에서 뭉게구름 피워내는 진풍경을 펼쳤다. 전기차로도 드리프트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주최 측은 축포로 화답했다. 아이오닉 5 N은 버튼 눌러 10초 간격으로 10초 동안 쓸 수 있는 ‘N 그린 부스트’ 모드 기준으로 최고출력은 650마력, 최대토크는 78.5㎏·m(단순환산치 기준)다. 0→시속 100㎞ 가속 시간 3.4초, 최고속도 시속 260㎞로 수치상으로는 고성능 전기차의 대명사가 된 포르쉐의 타이칸(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86㎏·m, 100㎞ 가속 3.7초)보다 뛰어나다. 아이오닉 5 N이 시판되면 고성능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N 브랜드는 이번 굿우드에 참가한 어떤 브랜드보다 주목 받았다.
정의선 “개발 과정도 운전도 재밌어”
아이오닉 5 N은 N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다. 이 차는 현대차의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Hyundai Motor Way)’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모터스포츠 활동 등 과거의 유산 계승을 통해 다양한 조합으로 유연한 전동화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생김새는 아이오닉 5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가령 콧날엔 냉각 성능 높이기 위해 구멍을 송송 뚫은 전용 그릴을 씌웠다. 범퍼엔 공기의 흐름을 냉각이나 차체를 짓누르는 힘(다운포스)으로 바꾸기 위한 주름과 돌기, 구멍을 더했다.
꽁무니엔 아이오닉 5보다 100㎜ 더 긴 뒷날개와 공기의 소용돌이를 찢기 위한 디퓨저를 달았다. 차체를 보강해 비틀림 강성을 11% 높이고, 부품 사이를 지지하는 부싱도 죄다 바꿨다. 84㎾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고, 4개 휠에서 총 12㎏ 정도의 무게를 줄였다.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한 열관리 제어 시스템도 갖췄다.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를 물린 사륜구동 방식인데, 운전자가 화면 터치만으로 앞뒤 구동력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다.
아이오닉 5 N은 특히 운전의 몰입감과 재미를 높이기 위해 가상과 증강현실을 넘나드는 기능도 담았다. 예컨대 N 비전 74처럼 전기모터 제어로 실제로는 없는 변속기의 작동감을 구현했다. 2L 터보 엔진과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내는 소닉 붐 등 3가지 모드의 가상 사운드도 마련했다. 이 소리는 실내 뿐 아니라 보닛 속에 숨긴 스피커 두 개를 통해 외부로도 뿜는다. 현대차 N브랜드 매니지먼트실 박준우 상무는 “전기차는 무겁고 재미와 감성도 없을 거란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5 N을 직접, 제대로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지만 N 비전 74를 통해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정 회장의 설명대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전기차라는 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차는 하반기 아이오닉 5 N을 본격 시판한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기술 고문은 “마력 대비 가격으로 마땅히 경쟁할 상대가 없다”고 강조했다. 타이칸도 가격 대비 성능으로만 보면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타이칸의 한국 판매가격은 1억8000만원대부터인데, 아이오닉 5 N은 1억원 이하다.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 5 N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9000만원 이하) 가격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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