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또 비우라”…도덕경으로 본 '어른의 마음공부'
배영대 지음
클라우드나인
삶에 지친 사람은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마음공부를 해보란 권유도 받는다. 재충전이든, 공부든 뭔가 ‘채우는’ 개념이다.
한데 30년 기자 출신으로 노장철학 석·박사인 지은이는 마음 챙기는 명상을 하며 “버리고 비우라”고 충고한다.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을 합해 81장으로 이뤄진 동양고전, 노자의 『도덕경』이 내면을 진동시키는 명상의 화두다.
예로 29장과 64장에 모두 나오는 ‘억지로 하면 실패하고 집착하면 잃는다’는 구절을 보자. 지은이는 도경에 해당하는 29장을 야심가들에게 노자가 “천하는 신령스러운 기물이어서 억지로 조작할 수 없다”고 일갈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에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자후다. 덕경에 해당하는 64장은 ‘미리미리’와 ‘조심조심’이라는 ‘인생을 잘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한다.
‘교만의 허울을 벗고 마음부터 개혁하라(9장)’ ‘마음의 거울에서 욕심의 먼지를 닦으라(10장)’는 남 탓, 세상 탓에서 못 벗어나는 우물 안 개구리들에게 넓은 바다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인의도 충효도 맹신하지 말라(18장)’ ‘한쪽만 보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말라(25장)’는 세상을 좁게 보고 자기중심주의에 갇힌 사람에게 보내는 경고로 읽힌다.
‘배움을 끊으면 근심이 사라진다(20장)’는 다분히 역설적. 지은이는 “지식·신념의 절대화를 경계하는 가르침”으로 설명한다. 세상을 좋고 그름, 웃음과 울음의 이분법으로 분별하지 않는 것이 참어른이라는 충고다.
무위자연을 내세우는 노자이지만, 리더에겐 적극적 일침을 아끼지 않는다. ‘어른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71장)’는 “리더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오늘날 정치·소통·홍보 분야에서 금과옥조로 삼을 내용.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재앙이다(46장)’는 리더는 물론 세상 모든 사람의 심장을 울린다.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81장)’가 『도덕경』 마지막에 자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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