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이주 또 다른 루트 산해관
신준봉 2023. 7. 22. 00:20
우매령 지음
명성서림
한국에 화교 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건 1882년 임오군란 이후부터다. 청나라와 정기 여객선이 개통되면서 주로 산둥반도의 중국인들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정설인데, 이 책의 저자 우매령(52)씨에 따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산둥→한국의 루트 이외에 중국의 동북 지역인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들의 또 다른 이주 루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책이 제목으로 삼은 ‘추앙관동(闖關東)’이라는 역사적 현상의 결과다.
추앙관동의 ‘관’은 산해관을 뜻한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 서해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관문이다. ‘동’은 중국 중원의 바깥, 산해관 동쪽, 동북 지역을 가리킨다. 17세기부터 정치적인 목적이나 경제적 이유에서 산해관을 넘어 동북 지역으로 향한 장구한 이주 행렬이 추앙관동이다. 재한 화교 가운데 조적(祖籍·선조의 거주지)이 동북 지역인 이들의 존재가 추앙관동 루트의 증거다. 화교라고 다 같은 화교가 아닌 것처럼, 그들을 단순화해 매도하는 건 가당치 않다는 얘기다.
화교 작가인 우매령씨는 뒤늦게 자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가 추앙관동에 대해 알게 됐다. 두 번째 산문집이다. 화교의 문화와 애환을 두루 건드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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