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당신은 유튜브를 얼마나 보시나요?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은 인도 엔터테인먼트사의 음악채널인 T-Series라고 한다. 구독자 수는 무려 2억 4600만 명이다. 14억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인도의 힘이 유튜브 구독자 수에서도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가 있는 채널은 블랙핑클로 구독자 수 9000만 명에 세계 순위로는 11위다. 방탄소년단(BTS)과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하이브 레이블즈(HYBE LABELS)가 15위와 16위로 구독자 수는 각각 7570만 명, 7170만 명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이들을 만나고 있다.
우리나라 유튜브 뉴스 채널은 YTN이 구독자 4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도 수백 만명의 구독자가 있다. 그런데 이른바 정치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중에서 ‘신의 한 수’를 비롯해 ‘김어준의 뉴스공장’, ‘서울의 소리’ 등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갖고 있는 채널이 제법 많다. 이들 채널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면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동시에 신문이나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에 못지않는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적지 않은 수익도 올리고 있다.
어느 순간 유튜브라는 개인 미디어가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바뀐 셈이다. 포털의 검색기능을 이용해 각종 정보를 얻는 시대에서, 유튜브를 검색해 영상으로 훨씬 편리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텃밭을 가꾸는 데도 유튜브를 통해 농사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요리도 영상으로 실제적인 요리 과정을 볼 수 있다. 여행가의 흥미 있는 여행기를 영상과 함께 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고, 건축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것도 유튜브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여름철 여행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얻을 수 있고, 운동이나 취미생활에도 포털의 검색보다는 유튜브 활용이 훨씬 실용적이 됐다. 계속 유튜브 콘텐츠 업로드와 접속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유튜브 전성시대’는 정치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 습득도 레거시 미디어에서 개인 미디어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습득 매체가 기존 매체에서 새로운 형식의 개인 매체로 이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유튜브 정치를 다루는 채널은 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오늘날 진영 간 가파르게 대립하고 있는 현상도 실체적 접근을 통해 비교적 객관적 정보를 제공했던 기존 매체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도 작용했다. 반면 ‘일방의 주장과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일방적 근거 제시’가 유튜브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유튜브 영향력의 확대는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실확인이 없어도 먼저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우선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튜브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측은 구독자 수와 함께 클릭 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극적 섬네일로 구독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조회수가 많아지는 것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존 매체가 인기 유튜브 채널을 역으로 보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유튜브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사실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사회적인 위상만큼이나 그 책무도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수입이 늘어나게 되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회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됐다. 사회적으로 이를 조정하고 일정하게는 통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오늘날 양극단의 진영논리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는 형국도 이런 일방의 주장에 빠져버린 우리의 미디어 환경 때문인지 모른다. 각각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확인받고 싶어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상대 주장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그 주장을 압도하기 위해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의 논리적 정당성을 유튜브에서 얻으려고 하고, 나아가 위로까지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확신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 유튜브’라는 괴물에 세뇌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물론 여기서 정치 유튜브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개인 미디어 모두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의 주장을 일방의 근거만 제시하면서, 믿고 싶어 하는 이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는 일부의 유튜브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하루에도 꽤 많은 시간을 유튜브 시청에 할애하고 있다. 필자 역시 시간이 나면, 습관처럼 유튜브 채널을 보곤 한다. 예전에는 책을 보거나, 무심히 TV에 눈길을 보냈던 그 시간에 말이다.
변화한다고 하는 것도 부족한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 우리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지만, 이것이 주는 폐해도 적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방의 주장이 전부인 양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미디어 환경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와 배려가 사라진 사회는 극단의 대결만 남게 된다. 상대를 반드시 제압해야 정의이라고 믿는 극단의 정치의식을 부추기는 것이 정치 유튜브라는 괴물이다. 그런데 당신은 유튜브를 얼마나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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