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전 시작…현대차그룹·SM그룹 유력설 '솔솔'
SM그룹 4조5000억 원 재원 투자…"영구채 전환시 거절"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지분 구조 개편·사업 시너지 동시 만족
[더팩트 | 김태환 기자] HMM에 대한 경영권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서 SM그룹이 인수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리 HMM의 주식을 매집하면서 포석을 깔아놓은데다, 마땅한 인수처가 나오지 않아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영구채 전환시 인수를 포기한다는 입장이어서 SM그룹이 무산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수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에서는 전날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경쟁입찰로 이뤄지며,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체결(SPA)을 목표로 추진하게 된다.
매각 대상인 HMM 주식은 총 3억9900만 주이며, 오는 10월 HMM이 조기상환을 신청할 수 있는 1조 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포함됐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1조6000억 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HMM 매각이 시작되면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SM그룹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우 회장는 HMM 인수에 최대 4조5000억 원의 자금을 동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를 위해 우 회장과 아들인 우기원 부사장 등은 HMM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 해왔다. SM그룹은 산업은행(20.98%),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에 이어 HMM의 3대 주주로 우 회장과 우기원 부사장, 대한해운 등 SM그룹 계열사가 HMM 지분 6.56%를 확보했다.
다만 우 회장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함께 전달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0월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 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5000원)의 4배 수준인 점을 반영하면 HMM의 몸값이 무려 4조 원이나 불어나게 된다.
재계에서는 SM그룹 인수가 무산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입찰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인수할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수 있고, 사업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구조의 중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적인데, 정 회장의 지분율(20%)이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온전히 지배하려면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 절실한데, 정 회장이 1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를 높인다면 지배구조 개편의 재원(모비스 지분 매입)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인수합병인데, HMM을 산다면 기업가치 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존 사업과 HMM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와 유통, 해운사업을 하고 있지만 해운 비중은 16.94% 수준에 그친다. 해운사인 HMM이 합류한다면 자동차 운반을 넘어서서 컨테이너 운반 역량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하면 기업 규모가 현저히 커지는 것은 물론, 자동차운반과 컨테이너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해운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와 관련해 나온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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