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하고 유쾌한 소년소설 ‘흰 머리 아이 천백모’

손봉석 기자 2023. 7. 2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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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다름으로 구분하지 않고 다양함으로 포용하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흰 머리 아이 천백모’(글 윤수란 ·그림 서지현 펴낸 곳 가나)는 흰 머리로 태어난 아이 천백모의 고민과 성장을 담은 소년소설로 가나 출판사 중학년 창작 시리즈 ‘가나 열매책장’ 두 번째 동화로 출간됐다.

우리의 주인공 천백모 군은 염색을 하거나 모자를 눌러써도 흰 머리를 감출 수가 없다. 그 때문인지 친구 하나 없는 백모가 원하는 건 다른 아이들처럼 검은 머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반 아이들이 백모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바로 백모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특별하고 비밀스런 마법의 힘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집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머리카락의 검두 할아저씨의 간절한 부탁으로 백모는 우정이 사라질 지도 모를 마법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주인공 백모는 흰 머리로 태어난 어린이다. 백모가 지닌 흰 머리는 남들과 달라서 확연히 눈에 띄는 것, 아이들과 백모를 구분 짓고 갈라놓는다. 그러나 이런 특징은 외형적인 것일 뿐이다. 다른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백모는 항상 흰 머리를 감추기 바빴고, 흰 머리 때문에 외톨이 꼬마로 지냈다.

‘흰 머리 아이 천백모’ 삽화



이야기는 소수자를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과 잘못된 편견을 지적하고 있지만, 유사한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에서 ‘흰 머리’ 소년과 검은머리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다른 특징을 가진 소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머리 때문에 파뿌리, 백 노인이라고 놀림받고 친구 하나 없던 외톨이 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어느 날, 천백모는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흰 머리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 비밀로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인정을 받자 백모는 더 이상 검은 머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비밀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백모가 친구들을 위하는 배려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흰 머리의 비밀만으로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백모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 결심으로 인해 진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이 책의 백미다. 파뿌리, 백 노인이라고 놀림받던 백모가 백 신사, 백 천사가 된 배경에는 백모가 비밀의 힘에 의지한 것에 앞서 친구들을 향한 따듯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비밀의 힘이 아님을 담임 선생님과 진국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우리 반에서 친구들을 가장 잘 배려하는 사람은 바로, 천백모!” “백모는 마음이 천사 같아서 머리가 하얀가 봐요”는 문장으로 주제와 이 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이야기 속에 생생한 캐릭터들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솜사탕처럼 풍성한 흰머리를 지닌 주인공 천백모, 항상 백모를 놀리는 괴롭히는 용이, 백모에게 처음으로 우정을 느끼게 해 준 진국이, 새침하지만 똑똑하고 예쁜 회장 새미, 그리고 윤기가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이 오히려 고민거리인 검두 할아저씨 등 특색과 보편성을 사이에 잘 자리잡은 등장 인물들이 계속 출연한다.

‘흰 머리 아이 천백모’ 삽화



이야기 속 긴장감을 견인해 주는 천백모의 비밀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고민 그리고 선택에 기로에서 나타나는 판타지 등이 아기자기 하게 스토리를 이어준다. 또 동화작가 이자 그림(일러스트)작가인 서지현의 아기자기한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시각화와 함께 유머 등 재미요소를 강화해 준다. 책 속 각 장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백모의 얼굴 표정이나 헤어스타일은 살짝 스포 기능이 담긴 듯 하다. 그 장 안에서 우리의 주인공 천백모군이 어떤 마음상태를 미리 전달해 준다.

윤수란 작가는 “백모는 강점이 참 많은 아이인데 남들과 다른 흰 머리카락 때문에 움츠러들고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왔어요. 백모는 결국 배려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았어요. 백모는 어쩌면 나의 모습일지도 몰라요.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남에게는 말하기 힘든 부끄러운 구석이 한둘쯤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그것에지지 말아요. 대신 여러분만이 가진 강점을 찾고, 그것을 발휘하면서 더 당당해지고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백모처럼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흰 머리 아이 천백모’ 삽화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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