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지원… 득실계산은 나중에 [광화문에서/신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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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명)는 미국 어느 작은 마을에 살던 '컨트리 보이'였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무슨 도움을 줬다고 거기까지 갔느냐는 불편한 표정부터, 대러시아 관계 악화 등으로 이어져 경제적 손해라는 시선까지.
이런 계산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수물자 지원 계획 등을 밝힌 게 손해이자 불필요한 행위란 주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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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한국에서 숨진 크리스 얘기가 다시 떠오른 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직후 일부 우리 국민들이 보인 반응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무슨 도움을 줬다고 거기까지 갔느냐는 불편한 표정부터, 대러시아 관계 악화 등으로 이어져 경제적 손해라는 시선까지. 많은 사람들이 계산하고 숫자부터 챙겼다. 이런 계산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수물자 지원 계획 등을 밝힌 게 손해이자 불필요한 행위란 주장으로 이어진다.
전쟁이 1년 반째 이어지며 장기화되니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내 참혹한 장면들에 대해 점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대신 숫자에는 더욱 민감해졌다. 언제부턴가 우크라이나 밖 사람들은 이 전쟁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보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른 손익을 따지고, 전후 재건 사업에 참여 시 얻게 될 숫자부터 떠올린다.
물론 계산도 중요하다. 최근 만난 한 고위 당국자는 지금 국제사회를 “계산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얼핏 보면 서구 열강이 식민 지배까지 하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점잖고 룰이 있고 상식이 통용되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한 발만 들어가 보면 국제 관계의 냉혹한 현실은 여전히 차갑게 와닿는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가 간 냉정한 계산은 더욱 치열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포장된 평화 속 냉정한 국제 관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한 장면이란 게 당국자의 설명이었다.
다만 ‘계산의 시대’란 이유로 정의란 가치까지 계산기 뒤에 둬야 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고, 보편적 정의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선명하게 보인다면 더욱 그렇다. 정의가 우선이란 얘기다.
계산과 숫자는 결국 부차적인 고려 요소다. 미국은 1952년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하는 3410억 달러를 6·25전쟁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한미 어디서도 이러한 숫자부터 먼저 언급하진 않는다. 피를 흘린 미군들에 대한 고마움이 항상 우선이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한미 동맹은 혈맹(血盟)으로 격상됐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침략당한 약소국에 대한 군사 지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있는 그대로 러시아 정부의 만행에 분노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정의의 손길로 보듬어주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전후 재건에 따른 득실 계산은 나중 문제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그렇다. 정의란 관점에서 보면 후순위 문제일 뿐이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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