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군 대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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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기계화 영농이 이뤄지기 전에는 대부분의 군부대가 봄철엔 모내기, 가을이 되면 벼 베기 대민지원을 나갔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수습을 위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군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국방부는 대민지원활동 업무 훈령에서 '군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야전부대에서는 여전히 부대 인근 지역에서 대민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군 인력을 투입하는 '관행'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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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일이 터지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존재다. 전투뿐 아니라 재난과 같은 국가위기상황에도 투입된다. 이를 군 대민지원이라 부른다. 법적 근거도 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수습을 위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게 군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국방부는 대민지원활동 업무 훈령에서 ‘군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폭설, 태풍, 호우 등 자연재해뿐 아니라 구제역과 조류독감(AI)과 같은 가축질병, 심지어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 수습에도 투입됐다. 2013년 6만5000여명이던 대민지원 인원은 2022년 100만명을 넘어섰다.
2020년 8월20일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민지원 홍보 게시물이 올라왔다. 포스터 제목이 ‘수해복구할 땐 나를 불러줘 어디든지 달려갈게’인데 유행가 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게시물 공개 이후 여론이 분노로 들끓었다. “장병들의 노고를 희화화했다”거나, “군인을 노예처럼 묘사했다”는 비판 글이 잇달아 게시됐다. 국방홍보원은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러한 분노의 밑바탕에는 열악한 군 대민지원 환경이 자리한다.
야전부대에서는 여전히 부대 인근 지역에서 대민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군 인력을 투입하는 ‘관행’이 유지된다. 안전은 뒷전인 채 군인을 값싼 도구처럼 쓰는 것이다. 최근 구명조끼도 없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고를 계기로 대민지원 시 장병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헌신을 강요하는 군 대민지원에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보상이 뒤따라야 할 때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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