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K리그의 ‘드레스코드’

정필재 2023. 7. 2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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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코드.

장례식장에서 밝은 옷을 피하거나, 예식장에서 하얀색 의상을 거르는 것 등이 드레스코드의 좋은 예다.

이 드레스코드는 K리그 모든 구단에 적용되고 있다.

K리그의 드레스코드가 라이트 팬의 진입을 막고 축구의 인기를 구단 스스로 제한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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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코드. 시간과 장소, 상황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뜻한다. 장례식장에서 밝은 옷을 피하거나, 예식장에서 하얀색 의상을 거르는 것 등이 드레스코드의 좋은 예다. 한 항공사는 양말을 신지 않으면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고, 일부 식당이나 골프장에서는 반바지 출입을 제한한다. 예의와 규제 사이의 드레스코드지만 인지를 하고 있어야 쓸데없는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의외의 장소에서 드레스코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모르고 있다가 민망한 일을 당할 뻔했다. 바로 축구장에서다.

한국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자 K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K리그1은 화끈한 골 잔치로 역대 최다관중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기는 물론 응원도 흥이 넘친다.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던 세 살짜리 첫째가 “우린 영원한 대전의 아들”이라고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이런 K리그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분위기는 내고 싶은데 유니폼이 없었다. 일단 대전 연고 야구팀인 한화 모자와 이글스 티셔츠를 골랐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역시 스포츠는 직관이 제맛이다. 좌측 골대 뒤 검붉은 물결의 FC서울 서포터즈가 ‘진군가’를 불렀고 반대편 자줏빛 대전 하나시티즌 응원단은 ‘대전의 아들’로 맞불을 놓으며 현장감을 뿜어냈다. 야구장은 졸리고 농구장은 시끄럽다던 첫째가 경기 중 ‘발로 뻥’을 외쳤고, 응원가도 따라 불렀다. 아이들의 요란한 관람에도 축구 팬들은 너그러웠다. 첫째에게는 간식을, 돌 지난 둘째에게는 하이파이브를 권했다. 축구의 매력에 빠지려는 찰나 전광판에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원정석 이외의 관람 구역에서 원정 용품 착용 및 응원 시, 경기장에서 퇴장 조치할 수 있습니다.’

잘못 본 줄 알았다. 잠시 후 같은 문구가 나오는 걸 정확히 확인한 후에야 드레스코드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우리 가족을 향한 경고로 느껴져 머리가 하얘졌다.

이 드레스코드는 K리그 모든 구단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체 좌석 수 5% 이상을 원정팀에 배분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해당 조치는 구단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한 구단은 ‘축구 문화인데 몰랐냐’고 되물었다. 다른 구단에서는 ‘서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축구가 그렇다면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는 어떨까. KBO는 수익 배분 규정만 둘 뿐 응원석 규제는 하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엄마가 롯데 유니폼을, 대전에서 자란 아빠가 한화 셔츠를 입고 서울에서 낳은 아이들과 야구장 같은 좌석에 앉아 어느 팀을 응원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드레스코드를 두는 게 축구의 문화라면 존중한다. 하지만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K리그를 보겠다는 걸 구단이 먼저 차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K리그의 드레스코드가 라이트 팬의 진입을 막고 축구의 인기를 구단 스스로 제한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축구장에 서로 다른 옷을 입고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구역이 마련되길 바라 본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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