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의 국경 사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

엄형준 2023. 7. 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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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았다.

3145㎞에 달하는 전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원대한 계획은 극히 일부를 실현하는 데 그쳤지만, 이는 그와 많은 미국의 지지자들이 중남미 국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대변한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오늘날 함부로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먼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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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프론테라/김희순/앨피/1만8000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쌓았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밀입국자를 막기 위해서다. 3145㎞에 달하는 전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원대한 계획은 극히 일부를 실현하는 데 그쳤지만, 이는 그와 많은 미국의 지지자들이 중남미 국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대변한다. 장벽을 다 쌓지는 못했어도,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이지 않는 장벽은 더 높아졌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오늘날 함부로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먼 나라다.
김희순/앨피/1만8000원
지금의 현실만 보면 미국의 입장에서 밀입국하는 중남미인을 막는 건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서부 개척시대에는 농업을 위해 멕시코인을 받았다. 또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미국은 ‘브라세로’ 프로그램을 통해 한시적으로 멕시코인의 입국과 노동력 제공을 장려했다. 미국이 해당 프로그램을 종료하자,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한 멕시코는 국경 인근에 산업지대를 만들고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미국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미국의 기업들은 세계화 전략에 따라 멕시코뿐 아니라 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에 일자리를 잃게 된 미국 ‘러스트벨트’의 공장 노동자들은, 그 책임을 멕시코인에게 돌리고 있다.

오늘날 미국 국경 너머 멕시코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갱단이 활개 치는 데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 미국이 자국에 마약을 직접 공급하던 콜롬비아 조직을 소탕하자, 범죄 조직은 멕시코를 우회 경로로 택했다. 또 미국이 대마초를 합법화하자 마약 조직은 돈이 되는 코카인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국 내 이주자 중 범죄자들을 추방했는데, 이는 중남미에서 범죄 조직이 급성장하는 원인이 된다.

지도에서 국경은 하나의 선이지만, 미국·멕시코의 국경을 둘러싼 갈등은 짧은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성을 띤다. 국경을 맞댄 나라는 없어도 이주 노동자나 해외 공장 부지 이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에게 책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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