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아내’ 신체 촬영한 섬마을 이장…성폭행 혐의 벗은 이유는
검찰은 가해자에게 ‘장애인 준강간’ 혐의도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만큼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혜선)는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준강간·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도 장애인 준강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성관계 당시 지적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인 장애여성 B씨에게 “커피 마시러 오라”고 불러낸 뒤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에도 6차례에 걸쳐 B씨를 불러내 성관계를 이어갔다.
B씨는 이 과정에서 “(A씨의) 마누라가 알면 안 된다, 얼른 가라”거나 “몸이 아프다”, “생리 중이라 안 하겠다”는 등의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 때문에 A씨는 2차례 성행위를 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관계 도중 B씨가 “찍지 말라”는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주요 부위를 근접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총 8회에 걸쳐 정신적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놓인 B씨를 간음하거나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성관계 장면을 B씨 의사에 반해 촬영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장애인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B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만큼 지적 능력을 갖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실제 법원은 A씨가 초등학생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혼자 병원에 다니거나 월급을 아껴 적금을 드는 등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한 친척이 통장에서 돈을 유용한 사실을 A씨가 적발해 재산 관리를 직접 하고 있다는 점도 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1심은 “피해자(B씨)는 기혼자인 A씨를 유혹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마을에 소문이 나거나 성관계를 가진 사정이 A씨 배우자에게 알려질 것이 두려웠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배우자가 아닌 타인과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행동과 그렇지 못한 행동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는 A씨가 성관계를 갖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하자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거절한 적이 있고, 출산 직후 하혈하고 있으니 다 끝나고 만나자면서 돌려보냈다고 진술했다”며 “심지어 피해자는 A씨에게 먼저 연락해 만날 장소를 정하고 성관계를 가진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술분석 전문가도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증언했다”며 “피해자가 A씨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장애에 따른 자존감 부족과 A씨가 섬마을 이장이어서 지속적으로 마주치거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지목했다”고 덧붙였다.
2심도 B씨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의 아내가 피해자에게 ‘A가 너도 건드렸냐’고 물어봐서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를 떼버렸다 진술했고 피해자의 큰아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마라’고 말했다”며 “피해자에게 갑작스럽거나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능력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중증도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인지능력, 언어능력 등이 일반인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000명 일제히 벗었다”…호숫가서 ‘집단 누드’, 핀란드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애 못 키우겠다” 사교육 금지시켰더니...더 기막힌 일 터졌다 - 매일경제
- 에코프로 주가급등에 공매도 ‘백기투항’…하루 만에 5000억 청산 - 매일경제
- 엄마 정경심 가석방 좌절된 날…딸 조민이 수재민 위해 한 일 - 매일경제
- 자녀 학비 6천만원 내면 빈털터리…“내가 왜 굳이 그 나라에서” - 매일경제
- “여보, 우리도 그랜저 사요”…‘판매 1위’ 속사정, 아내의 유혹은 강렬했다 [왜몰랐을카] - 매
- “잘못된 선택에 3천억원 날렸다”…유명 배우의 슬픈고백,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아파트 분양가 10억원 훌쩍 넘겼다…한국의 미래라는 이 나라 - 매일경제
- “빌린 집 산다고 무시하나”…주차도 못하는 임대아파트 ‘설움’
- “항저우에서도 ‘삐약이’ 울려 퍼집니다.” ‘女탁구 대세’ 신유빈, 마음까지 예쁘게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