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사면 해야”…보수층 반대에도 윤 대통령 사면할까

김건호 2023. 7. 2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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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방역수칙을 위반해 처벌받은 소상공인 등 시민을 대거 사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대통령과 정부는 특별사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과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이해관계와 국민이 느끼는 법감정 훼손 등 득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로 거론되는 명단에는 지금까지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던 일부 기업인과 국민에게 민감한 입시비리 관련자 등이 포함돼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지난 2020년 6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전 교수 특사? 2030 보수층 돌아설 수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면회 온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광복절 특사가 이런 경우지 않느냐.”

20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복역 중인 정 전 교수에 대해 “심한 관절 수술을 하고 나면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감옥에서 그게 안 되니 하체가 거의 제 기능을 못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어 “이 정도면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서 인도적으로 광복절 특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조국 전 장관 일가가 연루된 입시비리에 대해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딸인 조민씨가 공범으로 연루된 입시비리 혐의의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기사가 나온 뒤 비판에 봉착했다. 또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나설 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국회 입성에 반대하는 여론이 절반 이상을 넘었다. 여전히 입시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당시 조 전 장관 일가 입시비리 수사를 통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점에서 정 전 교수에 대한 사면에 선뜻 나설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최근 윤 대통령 대선 승리 1등 공신이었던 2030 남성들이 여가부 폐지 등 공약이행에 의문을 품으며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 특사와 연말 특사에서 줄곧 거론되어온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면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균형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두 인사의 사면 및 복권은 지난해부터 함께 거론돼왔고,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와 달리 국민적 공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광복절 특사엔 재계인사들이, 연말 특별사면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사면에선 기업인들의 명단이 대거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포함시켰다. 이후 이뤄진 연말 특별사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인들이 명단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특사에 줄 서는 회장님들, 사법리스크는 여전

특사 때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인들도 이번 광복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재계는 지난해 특별사면에서 빠졌던 기업인들이 이번에는 일부라도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재계 인사들이 사면·복권 명단에 많이 포함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을 건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법무부가 선뜻 이들의 사면 및 복권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우선 황제보석으로 유명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경우 최근 골프장 휘슬링락의 회원권을 흥국생명과 태광산업 등 자회사와 관계사들에 강매했다는 의혹으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안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이 회장 및 태광그룹 임원들이 또다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삼성의 경우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이 국정농단 때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으며 지난해 3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경우 집행유예 기간 중 대표이사에 취임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배임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후 2025년까지 취업이 제한되는데도 2019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기간 그는 급여와 상여금을 포함해 매년 20억~50억원을 수령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대법원은 법무부가 집행유예 기간 중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회장의 취업을 불허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5월에서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법무부가 특사 명단을 60명 안팎으로 만들겠지만 사전에 대통령실과의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경우 사면을 했다 유죄판단이라도 난다면 얼굴을 붉힐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가능한 소극적인 사면을 통해 정치적인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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