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유진우 활동가 “버스도 못 타게 하는데…도망은 어떻게 갑니까”
저상버스 도입 여전히 미진하고
리프트조차 없는 지하철역 다수
경·검, 장애인 이동권 관심 없어
물리력 사용한 것은 반성하지만
경찰의 무리한 진압부터 짚어야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단이 없습니다. 버스도, 지하철도 제대로 태워주지 않는데 어떻게 도망을 간다는 겁니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유치장에서 풀려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활동가 유진우씨(28)가 21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탑승 시위 중 경찰의 팔을 깨문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유씨를 입건했다. 이어 지난 19일 “증거인멸 우려와 도주의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0일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고, 피해자가 행동을 반성하고 향후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유씨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경찰의 구속 사유를 듣고 의아했다고 한다. 선천적 뇌병변 장애가 있는 그는 이동할 때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유씨는 이날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단이 없다. 저상버스도 여전히 도입이 미진하고,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역도 수두룩하다”며 “장애인은 대중교통 이용 시 비장애인보다 시간이 3배 더 걸린다. 경찰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경찰도 채증영상을 가지고 있고 전장연 페이스북에도 당시 영상이 다 올라와 있다. 증거인멸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씨는 경찰의 팔을 깨문 것은 반성하지만 경찰 측 강경 진압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버스 시위 해산 과정에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의 팔다리를 붙잡고 버스에서 끌어 내렸다. 유씨는 “자칫 이 대표가 위험할 수 있겠다 싶어 경찰에게 자제하라는 취지를 전달하려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앞으로는 집회장에서 물리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주거지가 최근 3년간 5차례 바뀌는 등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점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이에 대해 유씨는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2019년 대학원에 진학하며 상경했다가 자퇴하면서 다시 고향인 전북 군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활동센터에 취직해 다시 서울로 올라왔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는데, 그러느라 여러 차례 주거지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왜 주거지가 바뀌었는지를 봐야지, 무작정 여러 차례 거주지가 바뀌었다고 도주 우려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며 “재판에서 검사는 중증장애인인 나에게 ‘비장애인과 똑같이 봐야 한다’고 말하더라.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경찰의 무리한 영장 신청을 두고 비판도 제기된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변호사는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임에도 직장도 있고 신분도 보장된 유씨의 영장을 신청한 것은 전장연에 대한 탄압의 연장선”이라며 “채증영상이 다 확보됐고 피해자인 경찰이 진술까지 한 상황에서 증거인멸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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