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공 아닌 다른 풍수학자가 관저 후보지 답사…수사 어떻게?
[앵커]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후보지를 둘러봤다는 의혹이 있었죠.
대통령실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당시 관저 후보지를 방문한 사람이 '천공'이 아니라 다른 풍수학자인 백재권 씨였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단독 보도, 먼저 김청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풍수지리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 풍수지리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방송과 신문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지난해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건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씨라고 잠정 결론 내린 거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앞서 지난 4월, 2022년 3월 한 달치 공관 CCTV를 모두 분석한 뒤, CCTV에 천공은 없다고 중간 발표했습니다.
CCTV 분석 과정에 청와대 이전 TF 소속이 아닌 인물이 찍힌 건 확인했지만, 천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당시 공관에서 근무한 군 관계자 등 참고인들도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관을 방문한 인물은 백 씨라는 진술을 확보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다만 백 씨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습니다.
KBS는 백 씨에게 몇 달간 여러 차례에 걸쳐 관저 선정에 관여했는지 물었지만,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최근에는 취재진을 피했습니다.
[백재권/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 : "(백재권 교수님 댁 맞나요?) 네네. (KBS에서 나왔는데 잠깐 뵙고 싶어 가지고.) 그런 사람 몰라요."]
백 씨와 함께 공관을 방문한 당시 청와대 이전 TF팀장,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백 씨가 동행한 경위를 묻는 KBS 질의에 "청와대 이전 과정과 관련 해선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부팀장이었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측은 경호보안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며 법과 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백 씨는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후보의 조상 묘가 명당이라 '큰 권력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기명 칼럼을 통해 용산구가 명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SNS를 통해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백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17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부부를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앵커]
경찰 수사에서는 백재권 씨를 천공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또한 민간인인 백 씨가 어떤 경위로 관저 후보지 답사에 참여했고, 자문료를 지급했는지 등도 규명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단독 보도, 정해주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지난 2월 대통령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당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천공이 공관에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남 전 총장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습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지난 4월 : "그때 당시에 참모총장도 저한테 소설을 얘기할 리 없고요."]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부 전 대변인 등을 처벌하려면, 거짓인 걸 알면서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봐야합니다.
경찰은 일단 백 씨를 천공으로 착각해 잘못 보고한 군 관계자가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두 사람이 꼭 닮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관 방문 당시에는 마스크를 썼던 것으로 알려져 수염을 보고 착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배진교/정의당 의원/지난 2월/국회 국방위 : "마스크 밑으로 긴 수염이 있어서 '아, 저 사람이 천공이구나'라고 하고 확인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군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단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거로 전해졌습니다.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별개로 천공과 마찬가지로 민간인인 백 씨가 군 시설을 어떻게 방문했는지는 수사 과정에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백 씨는 윤 대통령 부부를 만난 적 있고 취임식에 초청받았다고 밝혔지만, 군이나 여권 인사와의 친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KBS 취재진에게는 김용현 경호처장을 전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배진교/정의당 의원/지난 2월/국회 국방위 : "민간인이 출입을 했다고 한다면, 이런 출입기록이 당연히 남겠죠?"]
[이종섭/국방부 장관 : "총장공관 서울사무소, 그 개별 출입 기록은 없습니다."]
또 백 씨에게 청와대 이전 TF가 자문료 등 대가를 지급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거로 보입니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안에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인데, 백 씨를 직접 조사할 지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만 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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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윤 기자 (cyworld@kbs.co.kr)
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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