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 평화적으로”라면서 “북 정권 붕괴도 한 방안”

박광연·문광호·신주영 기자 2023. 7. 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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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김 후보자, ‘극우’ 비판 의식한 듯
대북 강경 일변 입장서 한발 물러서
“박근혜, 탄핵당할 큰 잘못 안 했다”
변치 않은 극우적 인식 드러내기도
민주당 의원들 “전략적 변심” 비판
“자료 제출 거부 역대급” 비판하는 민주당…한때 파행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21일 열린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여부와 관련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sm@kyunghyang.com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유튜브 방송과 언론 기고로 드러난 극우적 입장에 대해 “개인 의견” “학자적 입장”이라고 피해갔다. 야당은 “가치와 철학을 부정하면서 장관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여론을 의식한 조심스러운 대응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에 반대하는 등 극우적 인식을 숨기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인식을 드러내지 않는 데 집중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은 적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나’라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통일은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북한 체제 파괴 등을 주장한 대북 강경론자가 북한과 대화·협력을 추진해야 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김 후보자는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 정부 입장은 특수관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1체제 2국가론’ 같은 ‘국가 대 국가’ 접근을 강조해온 것과 다르다. 김 후보자는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의 정책적 기조는 따라야 한다”며 과거 부정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남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실상 거둬들였다. 김 후보자는 “지금은 (한·미) 워싱턴 선언이 채택돼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한·미 간의 확장억제가 굉장히 강화됐다”고 자체 핵무장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후보자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거’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인접국 정상을 제거해야 된다고 주장한 분이 대한민국 국무위원이 되는 게 맞나’라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학자적…”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더 신중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후보자가 과거 대북 강경론보다 다소 신중해진 입장을 내비치자 민주당 의원들에게서 ‘장관이 되기 위한 전략적 변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장관이 되기 위해 평소에 갖고 있던 가치와 철학, 사상까지 변심하면 안 된다”면서 “가치와 철학까지 부정하며 장관을 하려는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회피했지만 청문회 중간중간 극우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나’라는 우 의원 질의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받아들이지만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박씨 탄핵을 “체제 전복 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북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지금도 같은가’라는 이용선·김상희 민주당 의원 질문에 “하나의 방안”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며 명백히 부정하진 않았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비판적이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적인 사고를 갖고 펴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남북 간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할지 묻자 “북한이 진심을 갖고 지켜나가는 데 달려 있다”고 파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광연·문광호·신주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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