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처가 리스크’ 재부상…‘특별감찰관’ 논의 힘 받나
취임 이후 친·인척 수감은 처음
고속도로 변경 특혜 의혹 맞물려
처가 일가 둘러싼 공세 격화 전망
“특감 임명 필요” 목소리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21일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로 법정구속되면서 대선 과정부터 논란이 된 ‘처가 리스크’가 재부상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 친·인척이 수감된 건 처음이다.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과 맞물려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특감)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최씨의 법정구속을 두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에 행정부 수반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법부 판결은 대통령실의 언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정부지법 형사3부(재판장 이성균)는 이날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씨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2013년 4차례에 걸쳐 총 349억원가량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처가 리스크는 대선 과정부터 윤 대통령을 따라다닌 이슈다. 특히 대선 당시부터 최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과 통장 잔고증명 위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주요 리스크로 여겨졌다. 한 차례 법정구속과 보석을 거친 요양급여 부정수급 건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아 사법적 부담을 털어냈다. 하지만 이날 통장 잔고증명 위조 사건으로 법정구속되면서 현직 대통령 장모의 법정구속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쓰게 됐다.
윤 대통령 처가 일가를 둘러싼 공세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와 최씨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권은 ‘가짜뉴스’라며 적극 부인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씨가 법정구속되면서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윤 대통령 친·인척의 도덕성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최씨가 구속되자 논평을 통해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 재판부의 판결이다.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최씨의 법정구속은 시작일 뿐”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 등 대통령 처가를 둘러싼 국민적 의혹 사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불법과 범죄가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특감 임명을 둘러싼 논의도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에도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감이 임명되지 않아 대통령 주변 권력 감시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특감법은 국회가 3명의 특감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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