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갖춘 특수구조대도 휘청… 해병 ‘인간띠’ 투입된 날 물살 보니

박선민 기자 2023. 7. 2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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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북119특수대응단이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모습. 구조대원들이 급류에 넘어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뉴스1

해병들이 구명조끼 하나 없이 실종자 수색을 위해 들어갔던 지난 19일 예천군 하천의 물살은, 구명조끼와 로프 등 안전장비를 갖춘 전문 소방관도 휘청일 정도였다. 이에 같은 날 ‘인간띠’에만 의지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끝내 숨지고만 스무 살 해병대 장병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2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경북119특수대응단은 지난 19일 오전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했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구조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응단은 헬멧과 구명조끼를 모두 갖춰 입은 채 로프에 의지해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당시 물살은 로프를 꼭 잡고 있는 대응단도 휘청일 정도였다.

이날은 해병대원들이 예천군 내성천에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해 투입됐던 날이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대응단과 달리, 안전장비가 제공되지 않았다. 해병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짝을 맞추는 등 인간띠에만 의지해 수색 작업을 이어갔다. 사실상 맨몸으로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결국 스무 살 해병대원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14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내성천 일대는 장갑차도 1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현장에서 철수될 만큼 유속이 빨랐다.

로프를 붙잡은 채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경북119특수대응단. /경북소방본부 뉴스1
21일 고 채수근 상병의 빈소 영정 앞에 정부가 추서한 보국훈장 광복장이 놓여 있다. /뉴스1

해병대는 20일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규정·지침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시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똑같이 하천에 실종자 수색을 하러 들어갔지만, 안전장비에 있어서는 대조되는 대응단과 해병대원들의 모습에 군 당국이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다시한번 나온다.

한편 실종자 수색 도중 사망한 고(故) 채수근 상병의 유해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당초 채 상병의 유해는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가까운 국립 임실 호국원에 안치될 계획이었지만, 유족 측이 화장한 유해를 모셔두는 ‘봉안당’ 대신 ‘묘지’를 원하면서 대전현충원이 대안으로 검토됐다. 보훈부는 “유족과 협의해 묘역 안장이 가능한 국립대전현충원을 안장지로 최종 확정하고 22일 안장식을 엄숙하게 거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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