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다 둑 붕괴 직전 굴착기 투입…행복청 ‘부실 보강’ 의혹

이삭 기자 2023. 7. 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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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참사’ 당일 영상 찍은 주민이 도종환 의원에 제보
오전 8시3분 범람 1시간 전 인부 6명이 삽으로 흙 퍼올리는 모습 찍혀
주민 “행복청, 굴착기 일찍 투입 주장 달라”…도 의원 “허술하게 공사”
인부들이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나기 직전 삽으로 임시 제방을 쌓고 있는 모습이 21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소에서 공개됐다. 사진은 작업 장면을 찍은 동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미호강이 범람해 14명이 희생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하기 전 미호강 제방 보강 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나기 전 미호강 제방 보강 공사 현장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각각 15초와 1분8초 분량의 영상 2개다.

영상에는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7시1분쯤 6명의 인부가 미호천교 신축 공사장에서 임시 제방을 쌓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삽으로 흙을 퍼올리고 있었다. 옆으로는 임시 제방 높이까지 올라온 미호강이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15일 오전 8시3분쯤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범람한 강물은 8시40분쯤 제방에서 300~4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를 덮쳤다. 미호강 임시 제방은 미호천교 신축 과정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쌓았다.

이 영상을 제공한 박종혁씨(63)는 “행복청에서 사고 당일 오전부터 굴착기를 이용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고 주장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며 “강물 수위가 상당히 상승한 오전 7시쯤 인부 6명이 삽으로 작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다음날 가보니 임시 제방 옆쪽 15m 구간 아스팔트가 다 들릴 정도로 파손됐다. 월류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라며 “행복청이 미리 방지했다면 침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 의원은 “당시 미호천교 수위는 금강홍수통제소가 관리하는 심각 단계(9.2m)를 넘어선 9.47m였음에도 행복청은 인부 6명을 보내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며 “굴착기도 오전 7시22분쯤 도착해 오전 7시51분쯤 보강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인부 6명이 선 조처를 하고, 중장비를 너무 늦게 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청 담당자는 당시 인원, 장비 투입 규모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행복청은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경보를 내린 새벽 모든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방 붕괴를 막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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