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험악한 남북 핵 대치, 한·미·일 정상회담서 평화 새 틀 짜길

기자 2023. 7. 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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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강윤중 기자

42년 만에 이뤄진 미군 전략핵잠수함 한국 기항 후 남북한이 서로 핵 공격을 언급하며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지난 20일 강순남 국방상 담화에서 한반도 지역에 미군 전략핵무기를 전개한 것은 자국의 핵무력 정책 법령에 따른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국 국방부는 21일 북한이 핵무기를 쓸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하고 “북한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맞섰다. 핵무장을 한 북한이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고, 한국 역시 한·미 동맹에 기대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록 남북 국방부 간 말이 격화되는 수준이지만 ‘치킨게임’을 연상케 하는 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은 선 넘는 도발적 행동을 멈추고 한국도 우발적 충돌이 없게 위기 관리에 힘써야 한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내달 미국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8월18일 캠프 데이비드 개최’라는 구체 일정도 흘러나왔다. 3국 회담이 한국 발표대로 열린다면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아닌 곳에서 3국 회담만을 위해 별도로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 정상이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만나 “3국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킨다”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한 형식 자체에 작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3국 협력이 새로운 형식 마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그간 해오던 방향으로만 접근한다면 이번 회담은 지금의 위험한 대치 상황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3국 협력을 통해 한국이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졌듯이, 한·미·일 협력은 미국이 오랫동안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원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급격한 한·일관계 개선 추진으로 인해 그 구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회담은 어떤 발표를 내놓더라도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틀 강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신냉전 구도만 강화하고 끝나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한국으로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과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놓고 새 틀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3국 협력을 더 정교하게 논의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을 어떻게 하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외교를 시작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그 방안 마련에도 한국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럴 때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회담’은 세계사를 바꾼 회담으로 역사적인 획을 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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