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금쪽이
1990년대 학교 다닐 때 체벌은 일상이었다. 성적 나쁘면 복도에서 ‘오리걸음’ 하고 행실 나쁘면 ‘엎드려 빠따’를 맞았다. 이 광경에 충격받은 미국인 영어교사가 한국 교사와 대판 싸운 기억이 난다. 2020년대, 이제는 교사들이 학생에게 폭행당하고 학부모에게 시달린다. 지난 18일 발생한 2년차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도 교권 추락 영향으로 추정된다. 30년 새 극에서 극을 달린 이유가 뭘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10년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를 탓했다. “(학생이) 차별 금지와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며 조례를 고치겠다고 21일 말했다. 하지만 교권과 학생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운영의 묘를 찾아야지, 과거 회귀식으로 접근해선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는 현행법을 고치는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일말의 손해도 용납 않는 이들로 인해 교사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시민사회가 취약한 자리에 소비자 지상주의가 똬리를 틀면서 내 아이만 금쪽같이 여기고 상대방을 사람 아닌 상품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로서 불만족할 경우 교사를 비난하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식이다. 기저에 깔린 심리는 불안감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성명에서 “부모들은 자녀 양육의 불완전함에서 불쑥 찾아오는 자신의 불안을 교사에게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쪽이’에게 바른 행실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가 자신의 무능함을 교사에게 투사한다면 아이 역시 건강하지 못한 인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옛말에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고 했다. 지금으로 치면 가족·학교·사회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상품을 구매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습관에 길들여진 자본주의 사회는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사람을 기르는 데 필요한 인내심이 부족하다고도 한다. 교권 보호는 제도로 틀을 잡되, 문화를 바꾸는 문제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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