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진땀·토머스 낙담…‘블랙홀’ 같은 18번홀의 악몽
투 온 성공 땐 이글 기회 ‘유혹’
항아리 벙커 5개 ‘리스크’ 커
베테랑 선수도 10·9·8타 ‘혼쭐’
김시우는 버디 낚아 공동 13위에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650만달러)이 열리는 잉글랜드 위럴 로열 리버풀GC(파71) 18번홀(파5)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599야드짜리 긴 홀에서 투 온에 성공하면 쉽게 이글 또는 버디를 노릴 수 있지만 조금만 실수해도 한꺼번에 많은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랭킹 20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21일 1라운드 18번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곤 낙담했다. 17번홀까지 7오버파로 고전하다가 마지막 홀에서 4타를 더 잃는 바람에 11오버파 82타(공동 153위)로 컷탈락이 사실상 굳어졌다. 토머스는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경계구역 밖(OB)으로 보내 1벌타를 받았다. 1벌타를 받고 다시 친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지만 4번째 샷이 그린 왼쪽 앞을 지키고 있는 깊은 항아리 벙커에 빠지면서 재앙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핀을 직접 노릴 수 없게 돼 왼쪽으로 탈출하려다가 옆 벙커에 또 빠졌고 결국 7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투 퍼트로 마무리, 스코어 카드에 ‘9’를 적었다.
18번홀 악몽에 시달린 선수는 또 있다. 다이치 고(일본)는 그린 벙커에서 3번 만에 러프 지역으로 탈출해 온그린을 시도하다가 또다시 그린 벙커에 들어가는 바람에 아마추어들이 ‘양파’로 부르는 퀸튜플 보기(+5)를 범했다. 최근 부활에 성공한 리키 파울러(미국)는 17번홀까지 중간합계 2언더파로 상위권을 달리다가 이 홀에서 2번이나 티샷 OB를 내는 바람에 순식간에 3타를 잃고 1오버파 72타(공동 47위)로 미끄러졌다. 올해 한국오픈에서 우승해 디 오픈에 나간 교포선수 한승수(미국)도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5오버파 76타(공동 120위)로 본선 진출이 힘겨워졌다.
미국 USA투데이 ‘골프위크’는 “로열 리버풀 18번홀이 최근 메이저대회 역사상 가장 어려운 마지막 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옛 승마장과 골프장 경계를 가르는 OB, 그린 좌우에 웅크린 깊은 항아리 벙커 5개, 그리고 그린 주변 깊은 러프가 선수들을 끝까지 마음놓을 수 없게 한다. 순은제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 주인공도 마지막 날 18번홀을 무사히 벗어날 때까지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18번홀의 무서운 위험을 멋지게 극복한 선수도 많았다. 김시우는 2번째 샷을 그린 뒤 러프로 보낸 후 3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를 낚고 공동 13위(2언더파 69타)로 출발했다.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세컨드샷이 그린 벙커에 빠져 벽면에 바짝 붙는 바람에 홀을 직접 겨냥하지 못하고 왼편 러프 방향으로 빼내려다 실패한 뒤 오히려 4번째 샷을 핀을 향해 올리고 파 퍼트를 넣었다. 마지막 홀 극적으로 파세이브한 매킬로이는 71타(공동 32위)로 1라운드를 끝내 큰 박수를 받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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