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전문가의 고언 "산재 원인 다양한데 처벌위주 法으론 한계"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7. 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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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
英 산재사망, 韓 5분의 1 수준
정교한 위험성 평가가 출발점
산재예방 초점 맞춰 법개정을

◆ 킬러규제 현장점검 ◆

영국에서 산업안전보건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한국인 전문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선 처벌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률을 시스템 차원의 예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자기규율 위험성 평가'를 두고서는 규제당국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한국의 산업안전 정책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영국 정부의 의료사고·산재 관련 정책과 영국 원자력발전 안전규칙 정비 등에 참여한 산업안전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영국은 1974년에 일찌감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산업안전보건법(HSWA)을 제정하고,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을 0.07로 낮춘 산업안전 분야의 선진국이다. 이는 한국의 20% 수준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시행 1년 후에도 산업재해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자 지난해 11월 위험성 평가 제도를 현실화하고 산업안전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기로 했다.

전 교수는 먼저 한국의 산업안전 정책이 아직 현장 종사자들의 업무 방식을 규율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환경을 결정짓는 기업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산재 발생 요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최고위직 임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보완을 주문했다.

그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시스템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는 회사에서 찾는다는 중대재해법의 기본 정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해당 법은 현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만 묻고 있고 어떻게 사고를 예방할 것인지를 다루는 항목은 기존 법에 의존하고 있다. 제재 방식도 실형과 같은 처벌 위주라 영국처럼 벌금형 등으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노사정 3자가 참여해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규정한 점도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았다. 정부가 현재 마련하고 있는 위험성 평가 방안에 정부 규제당국도 참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산업안전 정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현장에서 수용도를 확인해야 한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구조적으로 어떤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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