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집권당, 총선 전초전서 존슨 전 총리 지역구만 지켜…2곳 패배(종합)

현혜란 2023. 7. 2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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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지역구 보궐선거서 야당 노동당·자유민주당 한곳씩 승리
수낵 "내년 총선, 끝나지 않았다"…"조만간 총선용 개각 단행 예정"
리시 수낵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화면]

(서울·파리=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현혜란 특파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20일(현지시간) 3개 지역구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지역구만 간신히 지켰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의 전초전이자,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차기 총선의 풍향계가 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은 3개 의석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1곳에서 승리하며 체면을 지켰지만, 다른 2개 지역구에서 큰 표차로 야당에 패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보수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주의 셀비와 아인스티에 하원 최연소 의원이 될 키어 마더(25)를 내세워 보수당보다 4천 표 이상 많은 1만6천456표를 확보했다.

BBC 방송은 셀비와 아인스티가 2010년부터 보수당이 장악해왔던 지역으로, 이곳에서 노동당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노동자를 우선순위에 놓고 야심차고, 실용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변화된 노동당을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보수당의 또 다른 텃밭인 잉글랜드 남서부의 서머턴과 프롬에서 보수당 후보가 받은 1만179표의 두 배에 가까운 2만1천187표를 얻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세라 다이크 자유민주당 후보는 유권자들이 고마운 줄 모르는 보수당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평생 보수당을 지지해오다 자유민주당에 기회를 준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자유민주당이 다시 잉글랜드 남서부로 확실히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승리"라며 "국민들은 무감각한 보수당 정부에 진저리가 났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파티게이트'에 휩싸인 존슨 전 총리의 의원직 사퇴로 치러진 억스브리지와 사우스 루이슬립에서 1만3천965표를 획득해 노동당(1만3천470표)을 약 500표의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2010년 집권한 보수당은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14년 만에 정권을 잃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서머턴과 프롬에서 대패한 것은 보수당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 퀸메리대의 팀 베일 정치학 교수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혼란을 촉발한 전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정책이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보수당의 명성을 크게 훼손했고 이를 회복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낵 총리는 21일 억스브리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직 정부에 있어서 중간 선거는 항상 어렵고, 이기는 경우가 드물다"며 "다음 선거를 위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우리가 이곳(억스브리지)에서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노동당은 다음 총선이 이미 끝난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억스브리지 주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NYT는 보수당이 2곳에서 졌지만, 런던 북서쪽에 위치한 존슨 전 총리의 지역구를 지킨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해당 지역구가 정권 교체를 노리는 노동당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승부처였다며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노동당이 이곳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은 같은 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저배출구역' 확대 계획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칸 시장은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공해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저배출구역 확대를 추진 중이다.

로이터 통신도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밀리고 있는 보수당이 존슨 전 총리의 지역구를 지킨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수낵 총리가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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