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과의 전쟁’ 외피를 쓴 중국의 위구르 탄압·말살 정책[책과 삶]
위구르 제노사이드
숀 R 로버츠 지음·장성준 옮김
산처럼 | 488쪽 | 3만원
책은 중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위구르 탄압’이 ‘테러리즘과의 전쟁’의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과 달리 위구르인만 유독 ‘제노사이드’, 즉 종족 전체가 멸절의 대상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책은 위구르 탄압의 근본 원인을 식민주의에서 찾는다. 청 제국이 18세기 동투르키스탄(신장)을 정복하고 나서야 이 지역에 살던 위구르인이 중국 역사에 편입됐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에 한족의 이주를 늘리고 이 지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정착형 식민지’ 건설과 ‘느린 동화’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위구르 정책은 2001년을 기점으로 변했다. 기존 식민정책에 대테러 정책이 결합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기회였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 역시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스트와 연계된 위험분자라고 낙인찍었다. 그러면서 한족 중심의 신장 지역 개발을 가속했다. 2007년 우루무치 폭동을 비롯해 위구르인의 저항이 격렬하게 일어났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자행한 차별과 낙인 효과의 결과였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의 위험성이 현실이 됐다며 2013~2016년 반테러 인민 전쟁을 벌였다. 2017년부터 ‘위구르 재교육 캠프’를 설치했다. 이슬람 신앙을 비롯해 위구르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절멸시키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책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외부의 적을 찾아 나섰다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은 내부의 적을 탄압하는 데 이 수사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증오에 휘말리며 자유주의의 규범을 무시하기 시작한 국제사회가 현재의 위구르를 만든 셈이다. 위구르 문제 관련 중국 정부의 폭력과 식민주의를 고발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책임을 묻는다.
저자 숀 R 로버츠는 인류학자이자 조지워싱턴대 엘리엇 국제관계학교 교수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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