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진·문진·절진…메타버스 플랫폼 활용한 한의학, 비대면 진료 새 패러다임 기대[의술인술]
미래 의료는 질병을 치료받고자 병원을 방문하는 대면진료가 예방에 초점을 맞춰 가정에서 건강을 관리받는 비대면 진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동반할 것이라 예측된다.
디지털 4차 산업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새로운 감염병이 닥칠 가능성으로 비대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고령화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를 미래 국가성장동력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고, 수많은 기업과 병원은 미래 의료 변화에 대비해 데이터·네트워크·AI(DNA) 기반 비대면 케어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학은 전인적 관점으로 몸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환자가 불편해하는 증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과는 차이가 있다. 한의학은 평소 식생활과 일상의 움직임 및 운동을 통해 생성하는 생체에너지가 인체 각 기관과 조직에 공급되며, 수면과 정신적 활동으로 이 에너지를 균형 있게 조절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감염병이나 갑작스러운 정신적·육체적 충격으로 인한 병이 아닌 대부분 질병은 생활습관의 문제가 생체에너지와 몸에 차례로 문제를 유발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의학은 비대면 원격 진단의 여지가 크다. 한의학적으로 몸 건강을 진단하는 방법은 망(望)·문(聞)·문(問)·절(切)이다. 망진(望診)은 체형, 안색, 혀의 상태 등 시각 정보를 통해 진찰하는 것이고, 문진(聞診)은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아 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문진(問診)은 소화 상태, 기상 시 몸 상태, 수면 상태를 환자에게 직접 물어서 판단하고, 절진(切診)은 맥을 짚고 직접 몸의 경혈을 눌러보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시행해 오던 이런 진단 방법들은 현대에 와선 앱을 통한 비대면 설문이나 체지방률·혈압·혈당·호흡·맥박·심전도 등 생체신호를 제공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더 과학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일례로 필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한의학 진단 알고리즘을 이용해 개인의 생체에너지를 진단하는 ‘카이닥(KAIDOC)’ 시스템을 개발했다. ‘카이닥’은 개인의 생체에너지 진단을 위해 웹을 통한 설문조사를 거쳐 몸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제공한다. 또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과 음식, 수면·운동관리 등 생활요법도 추천하고, 현재 겪는 질병의 발생 원인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를 이용해 전·현직 공무원에게 개인별 맞춤형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비대면 건강상담을 국내 최초로 진행 중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건강상담은 소수의 참여자와 깊이 있게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참여자들은 가상공간에서의 상담 자체를 신기해하면서 젊은 세대들만 점유한다고 생각한 메타버스를 이용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표하기도 한다. 또 비대면 상황에서 의료진이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상담을 진행한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느낀다.
이처럼 비대면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한의학을 세계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K팝과 한류 드라마·영화 등의 영향이다. 정부 기관 등에서 추진 중인 한의학 세계화 사업은 해외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해외의 의료협력 요구사항은 대부분 교수 파견이나 병원 공동운영 같은 내용이다. 특히 교수 파견은 장기간 체류하면서 근무하기 어려운 제약이 있는데, 그 해결책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등 가상공간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 및 진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튀르키예 등의 대학과 원격 교육 및 연수를 진행한 경험도 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비대면 진료에 강점을 지닌 한의학을 활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의료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몸을 치료하는 한의학의 강점과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의 강점을 서로 결합한 통합의학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한·양방 통합의학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면 K팝처럼 문화영역에 이어 의료영역에서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교수·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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