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노사 긴급 공개토론회 성과 없이 종료…입장차 극명

조아서 기자 2023. 7. 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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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정규직화' 갈등 첨예
인력 충원 필요성 공감…'선제적 vs 유보적'
21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긴급 공개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21/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부산대병원 파업이 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교수회 중재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도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1시간 30분에 걸친 토론회는 진료 정상화를 위한 절충안이나 해법이 아닌 서로의 입장만 설파하는 자리에 그쳤다.

긴급 공개토론회는 21일 오후 4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열렸다. 이날 노조 측에서는 문미철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안상순 부지부장, 병원 측은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력부족 △불법의료 근절 △임금 등 처우개선 △비정규직 정규화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양산부산대병원 측에 실시간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노조 조합원과 교수, 행정직원, 비조합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사회를 맡은 부산대병원 교수회 대표 배용찬 성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 보호자분께 송구스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노사의 의견이라도 들어보고, 조금이라도 대화의 물꼬를 트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사안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였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일관적으로 주장했다. 문미철 지부장은 "2017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5년간 희망고문 받으며 40~50차례 교섭을 하는 동안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파업 종료 후 논의하자고 하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은 "병원장에게 (비정규직 직고용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데 노조에서는 병원장의 의지의 문제로 치부한다"며 "2021년 11월 이사회에 '구성원 모두의 의견 수렴'을 권고한 바에 따라 의견 수렴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사가 극명한 온도 차로 맞서고 있는 '불법의료 근절'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기간 운영을 멈췄던 준법의료 TF팀의 재가동이 논의됐다.

문미철 지부장은 "과거 부원장 및 교육 연구 실장을 포함해서 노사 위원회를 만들고 대리 처벌 문제나 의사 처방 실태 점검, 개선책 마련 등 직종과 명확한 업무 구분을 하고 부당한 업무 전가를 근절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며 "2018년 12월까지 업무 분담을 명문화하고 2019년에는 시행하자는 진취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겪은 3년 동안 다시 원점으로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불법이냐 아니냐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고, 현장에서는 불법의료보다 업무 분장의 혼선이 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에 운영되던 준법의료 TF팀의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에 노조 측은 내부 자성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오는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대병원의 불법 의료 폭로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일부 진전된 사안도 있었다. 이날 노사 양측은 인력부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 기조에 따라 노조 측은 선제적·단계별 인력 확충을, 병원측은 유보적 입장을 내세우며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병원 측이 최우선 타협 사안으로 꼽은 '임금 등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합의 의지를 확인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시일이 걸리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불법의료 근절, 인력 확충 등은 국립대병원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병원 자체적으로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처우개선 문제는 빠르게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미철 지부장은 "보건노조 200개 지부의 4만8000명 조합원 의견 모아서 임금 인상률 10.7%라는 숫자가 도출됐지만 이는 노조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뿐"이라며 "총액임금제 등을 고려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임금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이후 예정된 4차 교섭은 오는 22일로 연기됐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이상돈 양산부산대병원장, 문미철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 안상순 부지부장 4인이 교섭에 참여할 예정이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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