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제주·대전·서울·경남·광주…전국 곳곳서 해외발 ‘수상한 소포’

대부분 대만발, 말레이·우즈벡발도
유사 국제 우편물 반입 일시중단
소방 “개봉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

울산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대만발 국제우편물이 배송된 가운데 21일 인천 부평구 주택에서도 대만발 우편이 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부평구 주택에 배송된 우편물.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된 가운데 제주와 대전, 서울, 경기 용인시, 경남 함안군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소포가 배달됐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주문하지 않은 해외 우편물이 배송된 경우 개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소방당국은 당부했다.

21일 울산소방본부와 울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낮 12시 29분께 동구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다.

이들 3명은 현재 격리병상에 입원 중이다. 현재는 증세가 호전돼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피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봉투에 별다른 물질이 없어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간이검사 결과 방사능이나 화학 물질 등에 대한 특이점은 드러나지 않았으며 정밀검사를 위해 봉투와 공기 시료를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냈다.

소포 겉면에는 해당 시설 주소와 함께 수취인 이름과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시설에는 해당 이름을 가진 직원·이용자는 없었고 전화번호도 확인되지 않는 번호다.

소포가 발견된 시설은 현재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우체국을 통해 소포가 배송된 경로를 확인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하는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께 동울산우체국에선 같은 주소지로 보내는 대만발 소포가 우편물 분류 중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6대와 인력 18명을 출동시켰으며 피해 여부는 조사 중이다.

울산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대만발 국제우편물이 배송된 가운데 21일 인천 부평구 한 주택에서도 대만발 우편이 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우편물이 배송된 부평구 주택. [연합]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제주도와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8시 50분께 제주시에 거주하는 A씨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 50분께 주거지 1층 우편함에서 소포를 발견한 뒤 뜯었고 투명 지퍼백에 담긴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를 확인해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나 울산 장애인복지시설 소포 관련 보도를 접하고 해당 소포를 꺼내 인근 지구대에 신고했다.

A씨가 받은 소포는 울산에서 발견된 소포와 비슷한 노란색 봉투에 들어있었으며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경찰과 소방, 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 폭발물과 방사능, 화학물질, 생화학 검사를 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 또는 불검출로 나타났다. 현재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이 소포를 임시로 보관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밀 분석작업을 할 예정이다.

경남 함안군에서는 이날 오전 8시 58분께 칠원읍 소재 모 건설사 대표이사 B씨가 사무실에 해외 우편물을 보관 중이라고 신고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독극물 의심 소포 관련 보도를 접한 B씨는 이날 아침 칠원지구대를 방문해 사무실에 2개월여간 보관 중인 수취인 불명 해외 우편물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이 소방, 군,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봉투를 칠원공설운동장으로 옮겨 개봉한 결과 봉투에는 파란색 종이가 낚싯바늘 형태로 접혀 있었다.

우편물에 대한 1·2차 화생방 간이진단을 시행한 결과 특이점은 없었다. 해당 종이에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우편물은 하얀색 봉투에 담겨 있었으며 발송지는 말레이시아로 확인됐다.

이 밖에 경기 용인과 대전, 서울, 인천, 전남 광주 등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우편물은 대부분 대만발이며 일부는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비슷한 의심 사례 신고가 계속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외국에서 주문하지 않은 우편물을 받는 경우 개봉하지 말고 즉시 112나 119로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