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에 입지 좁아지는 학생인권조례
서울시의회, 경기도 교육감 개정·재검토 공식화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교권 회복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조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번 비극의 배경이 교권 추락이고, 이렇게 교권이 추락하게 된 데는 교권보다 학생의 권리를 우선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 조례에 기대 학생의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설 자리가 사라졌고, 결국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후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외에도 학습과 휴식권,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자유 등을 보장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한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이 조례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조차 학생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침해받는다는 비판 또한 꾸준히 제기됐다.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된다거나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다 보니 학생 개인 생활에 대한 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이런 비판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경찰은 해당 교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이와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교육계와 교원노조에서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일 서이초 교사 극단 선택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작금의 상황을 한 교사가 당한 참담한 교권 침해를 넘어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우려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지나치게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교원을 깎아내리는 분위기가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매우 강하게 작용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같은 날 서이초를 방문해 애도를 표하고 "학교 현장에서 학습권이나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위축되고 아동 학대 신고로도 많은 민원을 제기 받는다. 교권은 너무 위축돼 있고 나머지는 과잉 보호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권 추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론이 생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를 공식화했다.
이 부총리는 21일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또 사생활 자유를 지나치게 주장하니 적극적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교사 폭행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교육감협의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시작했던 경기도교육청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학생인권조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학생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고, 학생 훈육 방식에 '학부모 교육'도 포함해 학부모의 교육적 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이초에서 벌어진 사건을 언급하며 학생인권조례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원점에서 서울교육의 모든 제도를 재검토해 공교육을 되살리고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의회도 보수 기독교계 단체를 중심으로 제출된 학생인권조례 폐지 서명부의 유효성을 4개월 넘게 검토중이다. 이 작업을 통해 서명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9월 회기에서 존폐를 결정하는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된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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