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대만發 독극물 의심 우편...명동 우체국 1700명 대피

이혜진 기자 2023. 7. 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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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용물 확인...피해사례 접수는 없어
우정사업본부 유사 국제 우편물 반입 중단
대만에서 발신된 정체 불명의 노란색 우편물. /경찰청 제공

최근 울산에서 국제 우편물을 열었다가 3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독극물 의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유사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서울중앙우체국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17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들 우편물의 공통점은 대만에서 발신된 노란 혹은 검은 봉투에 싸인 소포라는 점인데, 경찰청은 해외 우편물을 수취한 경우 즉시 신고해달라고 했다.

21일 경찰청은 “울산에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사람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신 분은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 112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알렸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소포는 노란색 또는 검은색 우편 봉투에 싸여 있으며, ‘CHUNGHWA POST’라고 표시돼 있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고, 대만 타이베이(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에서 발신된 것으로 적혀있다.

이날 오후 4시 6분쯤 명동에 있는 서울 중앙우체국에서도 의심 우편물이 접수돼 우편물을 회수하고 내용물을 조사하기 위해 건물이 전면 통제되고 1700여명이 대피했다. 이날 서울 서초우체국과 송파우체국에도 수상한 소포가 확인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역시 직원과 이용객을 대피시키고 우편물을 회수하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 중앙우체국 앞 경찰이 출입 통제 중인 모습. /뉴스1

이날 대전, 제주, 경기 용인, 경남 함안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유해화학물질 공동대응에 나선 소방당국 등이 현장에 출동해 내용물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별다른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 등 당국은 관계기관 협조를 통해 보다 정밀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소포를 개봉해 피해를 봤다는 사례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2시 29분쯤 울산 동구 서부동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노란색 비닐봉지로 된 소포를 열어보고서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간이 검사 결과 방사능이나 화학 물질 등에 대한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국방과학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문제의 봉지에 별다른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만발 국제 우편물이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브러싱 스캠이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불법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통해 아무에게나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발송하는 행위를 뜻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관련 의심 사례가 잇따르자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우정당국은 이미 국내에 반입된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의 경우 안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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