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편의주의’의 결말은?

이재호 2023. 7. 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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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의 입장뿐만 아니라,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 조국과 정경심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조민씨가 당당하다고 발언하다가 갑자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만 차장검사가 기자들 앞에서 (부모 태도를 보고 딸을 선처하겠다는) 그런 발언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공범을 기소할 때는 기소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검찰은 정경심씨의 1심 판결이 나고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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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다음주의 질문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조민의 입장뿐만 아니라,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 조국과 정경심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3일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 지원·입학 혐의를 받고 있는 조민씨가 반성하면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조민씨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성하고 있다”(지난 5일 에스엔에스 글)고 밝힌 상황에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부모(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혐의를 시인하는지까지 고려해 조민씨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조국 전 장관 항소심 재판이 곧 시작되는데 재판에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조국과 정경심의 입장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비슷한 대답을 다섯차례 반복했다. 딸을 선처해줄 테니 죄를 인정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형사소송법에서 본인 의사에 반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그래서 검사가 피의자의 가족에 대한 선처와 위협을 빌미로 유도한 자백은 임의성과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피의자의 반성을 이유로 기소를 유예하는 것은 검찰의 재량이라고 하지만,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부모에게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을 포기하라고 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조민씨가 당당하다고 발언하다가 갑자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만 차장검사가 기자들 앞에서 (부모 태도를 보고 딸을 선처하겠다는) 그런 발언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며 “공범을 기소할 때는 기소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검찰은 정경심씨의 1심 판결이 나고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소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판사는 <한겨레>에 “검사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저의를 드러낸 이상 조민씨가 기소되면 공소권 남용으로 공소를 기각할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굳이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해서 조국과 정경심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검찰 간부)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혐의를 인정하라’는 검찰의 압박으로부터 4일 뒤인 지난 17일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재판이 열렸지만 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법정에 출석한 조 전 장관과 변호인은 “왜 수신제가를 철저히 하지 못했느냐고 하면 사회적 비판이나 도의적 책임은 달게 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피고인이 알지 못하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은 형사법에 반한다. 남편·아버지란 이유로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을 책임지라는 것은 사실상 연좌제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일단 검찰의 압박성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조민씨 공소시효는 오는 8월 말에 만료된다. 고 차장검사는 21일에도 “공소시효 완성을 앞두고 조민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인 상황”이라며 “가족관계이자 공범인 조국·정경심 입장이나 태도 변화를 살펴보는 건 (조민의) 진정한 반성 취지를 검토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발언은 검찰 재량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의 극단을 보여줬다. 검찰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재호 법조팀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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