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통일도 묻힌 '유튜버 인사청문회'... 김영호, 탈세 의혹 관련 자료 끝내 제출 거부

김경준 2023. 7.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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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북한도 통일도 정책도 곁가지에 불과했다. '극우 유튜버'를 둘러싼 공방만 남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21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능력 검증은 뒷전이었다. 김 후보자 또한 탈세를 비롯한 각종 의혹에 대해 자료 제출과 진술을 거부하며 고집을 피워 청문위원들의 화를 돋웠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대는 북한이 핵공격으로 위협하고 미군은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하며 맞서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가하게 보일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면 할수록 북한체제의 생존은 더욱 위태로워지는 '안보 딜레마'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 잡음이 일었다. 야당 의원들은 △유튜브 수익 관련 납세 자료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 및 매매 계약 자료 △가족의 장학금 수혜 내역 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한 김 후보자를 상대로 잇따라 문제점을 지적하며 몰아붙였다. 이에 오전 인사청문회는 파행을 겪으며 시간만 허비했다.

이날 최대 관심은 김 후보자의 과거 유튜버 활동이력에 쏠렸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우 유튜버로 활동한 지난 5년간 논문 발표는 한 건도 없었던 반면,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은 5,000여 개나 된다"며 "유튜브로 3억7,000만 원의 수익을 냈는데 이 중 2억8,000만 원을 경비로 썼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가 보기엔 명백한 탈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살펴봐야 김 후보자의 생각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며 압박했지만 김 후보자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어 "재산내역을 검증 안 하는 청문회가 어디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사무실 임차계약서 등에는 제3자 정보가 포함돼 있어 제출할 수 없다"면서 "세무서에 다 신고를 했는데 그 이상으로 저한테 뭘 또 요구하신다는 겁니까"라고 언성을 높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같은 당 이원욱 의원은 "뒤가 구린 게 많으신 거죠"라며 "지금 굉장히 많이 꺼리고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김태호 외통위원장을 대신해 청문회를 진행하던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개인정보라든지 법률상 제출 의무가 없는 자료는 제출 안 한 경우도 많이 있다"고 엄호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극우 성향 대북관을 비판했다. 전해철 의원은 김 후보자가 저서에서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부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역대 정부의 통일 정책을 싸잡아 부정한 점에 대한 입장을 따져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시에는 학자 차원에서 지적을 했으나, 만약 정부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장관 되려고 말을 바꾸는 거냐"고 성토했다.

김 후보자는 저서에서 북한의 한국사회 전복세력의 일례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촛불집회를 예로 들었던 것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하지만, 그런 시위가 북한의 전복 전략에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최근 북한이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 '남북한을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보는가'라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지금 정부 입장은 통일을 염두에 둔 특수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고, '종전선언을 추진하면 친북세력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대한민국의 국시(國是)가 통일이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못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김종훈 인턴기자 usuallys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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