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 명이 1년 먹을 곡물 불태운 푸틴·쌀 수출 막은 인도...'물가 초비상'
인도, 쌀 수출량 절반 수준 줄여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수출항 오데사를 나흘째 공습하며 곡물 수출을 틀어막았다. 전 세계 쌀의 40% 이상을 수출하는 인도마저 쌀 수출을 전격 금지하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전쟁터' 되는 곡물수출항 오데사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로 나흘 연속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에 공습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전날 야간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인 최소 3명이 숨졌고, 이날 오전에는 곡물 창고가 공격당해 식량 120톤이 전소됐다.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 남부군 대변인은 "러시아의 테러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곡물 거래와 관련돼 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9일에도 곡물 6만 톤(27만 명 1년 생활분)을 태웠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폭발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지목한 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일방 파기했다. 식량을 볼모 삼은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후 흑해를 틀어쥔 채 무력으로 곡물 수출 저지에 나섰다.
오데사 분위기는 살벌하다. 러시아는 이날 자국 흑해 함대가 '떠다니는 표적'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선박을 나포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항로에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20일 자정을 기해 "러시아 항구에서 출발하는 모든 선박을 군용 화물로 간주하겠다. 우크라이나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것을 되갚은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을 육로로 수출하는 대안을 고민해왔다. 도로, 철도를 통해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 곡물을 운송하거나 다뉴브강 바지선으로 루마니아 항구로 보내는 방안이다. 이 경우 해상 운송보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농가 수익이 감소한다는 게 맹점이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 주변 5개국 농민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자국산 농산물값의 폭락을 우려한 이들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직접 수입은 금지하고 경유만 허락하고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철회 이후 이들은 올해 9월 15일까지인 수입 금지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해달라고 유럽연합(EU)에 요구했다.
'인도 쌀'까지 가세… '곡물 인플레' 가중되나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출렁이는 가운데 인도도 가세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20일부터 바스마티 품종이 아닌 백미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고시했다. 앞서 인도는 부스러진 쌀알(싸라기)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바스마티쌀과 싸라기는 지난해 인도 전체 쌀 수출량(약 2,200만 톤) 중 45%(약 1,000만 톤)를 차지한다.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플레이션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최근 폭우로 작황이 나빠져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 10일간 곡물 가격이 최대 2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싸라기는 톤당 515~525달러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유럽의 한 트레이더는 "싸라기는 톤당 6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슈나 라오 인도 쌀수출협회장은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 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는 다른 나라로부터 물량을 대체할 수 없는 바이어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방글라데시, 네팔 등이 주로 수입하는 인도 쌀은 전 세계 140여 개국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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