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우주시대…여성 과학도, 용기 있는 발걸음 필요"

박건희 기자 2023. 7.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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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학생 공학주간

"뉴스페이스 시대, 한국이 해낼 수 있을까요."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이 물었다. 좌중의 참석자 몇 명이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10년 후엔 우주가 지금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지금의 빈칸을 여러분이 채워주세요." 

미래의 우주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를 꿈꾸는 전국 초중고 여학생들이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슈피겐홀에 모였다. 2023년 여학생 공학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과학기술 강연회 '잘파세대를 위한 미래기술-10년 후 우리가 만날 세상'에는 약 25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강연회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우주산업', '기초과학'을 주제로 한 4개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누리호 발사 성공에 따른 항공우주 분야의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듯 임석희 항우연 책임연구원의 우주공학 강연은 단연 청중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중학생 때부터 인공위성에 관심이 많았다는 공대생 박지승 씨는 "임석희 연구원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서 강연회를 신청했다"라고 밝혔다. 초등학생 1, 3학년 두 아들을 데리고 참석한 선전영 씨는 "여학생을 위한 강연이긴 하지만, 과학기술 전분야를 다루는 귀중한 강연인만큼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며 "강연회에 오려고 학교도 안 보냈다"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와 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임 책임연구원은 청중을 향해 '누리호를 아느냐'라고 물었다. 청중은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어 "누리호가 '나'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라며 "그런데 앞으로는 여러분이 우주 개발에 동참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우주와 관련된 산업 분야가 1만개"라며 "우리나라는 앞으로 1년에 10회 이상 발사체를 발사하는 우주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후에는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우주보다 더 가까운 우주가 될 테니, 여러분은 어떤 관심 분야든 그 관심 분야를 놓치말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그 분야를 우주와 연결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항우연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1000명 정도 되는 연구원 중 여성 과학기술인은 10%도 안된다"며 "우린 '여성을 더 뽑아달라'고 요구하지만, 사정을 들어 보면 '여성 지원자 자체가 적은 상황'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우주 분야에 관심있는 미래세대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왔다"며 "근성과 호기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니 한 발만 더 내딛어보라는 용기를 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더 깊게, 더 정확하게: 빛으로 몸 속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기초과학에 대해 강연한 이예령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내가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며 "고등학생 때 우연히 로봇공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돼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로봇을 개발하면 어떨까'하고 막연히 상상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에서는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원자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며 "이후 회사에 취직했는데, 회사에서 제공한 세미나에서 지금 연구하고 있는 물리학 분야를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로 탐색의 과정은 내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그러다 보면 잘 안 맞는 옷을 입을 수도 있지만, 그 경험조차도 내게 잘 맞는 옷을 찾기 위한 소중한 경험일 것"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여학생 공학주간은 여학생의 공학 분야에 대한 흥미 제고를 위해 약 11년 동안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후원헤온 과학기술 행사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강연회 기조연설에서 "여학생의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 진학 비율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20% 남짓으로 남학생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이라며 "여자 어린이는 어떤 영역에 강하고, 남자 아이는 어떤 영역에 강하다는 식의 성별 고정관념 없이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학주간을 주최한 문애리 WISET 이사장은 "미래사회는 과학기술의 중요성 지금보다 더 부각될 것"이라며 "보다 많은 여학생이 과학, 공학자의 꿈을 펼치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선도해야한다"라고 밝혔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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