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속도조절 나선 TSMC…美 공장 가동 1년 늦춘다
2025년 4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대만 TSMC가 미국에 짓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1년가량 늦췄다. ‘첨단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TSMC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다. 일각에선 파운드리 업황 둔화, 대만 외 지역으로 최첨단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TSMC 내부의 우려 등이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공장을 완공할 것”이란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2분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애리조나 공장에서의 반도체 생산이 202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2024년부터 애리조나 1공장에서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고, 2026년부터는 2공장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TSMC는 공장 준공을 연기한 이유로 ‘숙련 인력 부족’을 들었다. 리우 회장은 “2021년 4월 공사를 시작했고 최첨단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며 “현지에 최첨단 장비를 설치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 美 파운드리 공장, 계획대로 내년 가동
삼성은 "美 인력 수급 문제 없다"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결정한 이후 지속적으로 현지 인력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밝혀왔다.
TSMC의 군대식 조직 문화와 강한 업무 강도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확산하면서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할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선 안 된다”고 한 마크 리우 TSMC 회장의 최근 발언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최근 본사에서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미국으로 보내 현지 직원을 훈련하는 동시에 최첨단 장비 설치 작업도 하고 있다.
○2분기 순이익 23% 급감
TSMC가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춘 게 업황 부진에 따른 ‘투자 속도 조절’ 차원의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소비 시장이 침체하면서 스마트폰·PC용 반도체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등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의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일 공개된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808억대만달러(약 19조756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 순이익은 1818억대만달러(약 7조4700억원)로 23.3% 감소했다.
이날 열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TSMC 경영진은 올해 파운드리 업황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 회복 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재고 감소도 4분기부터
TSMC는 과거와 달리 올해 4분기 실적에 대해선 가이던스(회사의 공식 실적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 규모와 관련해서도 당초 계획인 320억~360억달러를 하향 조정하지 않았지만 “하단인 320억달러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웨이 CEO는 “인공지능(AI)을 제외한 전 영역에서 수요 둔화세가 나타났다”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시점도 4분기로 늦춰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TSMC가 의도적으로 미국 공장 건설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TSMC는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대만 대신 해외에 최첨단 라인을 건설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2020년 어쩔 수 없이 미국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 투자 규모를 총 400억달러로 키우고 2공장 건설 계획도 새롭게 공개했지만 임직원들은 여전히 시큰둥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공장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는 대만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큰 것으로 전해졌다.
○美 공장 운영 노하우 갖춘 삼성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가동’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1일 “클린룸부터 먼저 짓고 고객 수요를 살펴 장비를 반입하는 ‘셸 퍼스트’ 전략에 따라 공장은 예정된 시점에 준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숙련 인력 수급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오스틴에서 25년 넘게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현지 인력 운용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오스틴 일대에 반도체 전문 인력과 고객사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는 것도 TSMC와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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