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병욱 국토부노조위원장, 구멍난 ‘물관리 일원화’ 원상 복구 시급

2023. 7. 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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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게 추진한 물관리 일원화가 가져온 결과물
[최병욱 국토부노조위원장]
최병욱 국토부노조위원장

길을 지나다 하천 범람으로 일순간에 쏟아진 강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라 이번 사고가 더욱 참혹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수년 전부터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해 온 공직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

하천 범람은 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북 포항에 있는 냉천이 범람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들이 사망하고, 포스코는 49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이 침수돼 5개월 넘게 공장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도 반복된 하천 범람은 결국 하천준설 등 치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이번 오송 미호천의 경우 평소에도 비가 내리면 금방 수위가 상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항 냉천은 항사댐 건설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집중호우에 대비할 인프라 자체가 부족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는 지난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데 있다.

2017년 필자는 정부청사, 청와대, 그리고 국회 앞에서 수차례의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하고 물관리 일원화의 위험성 등을 경고했다.

또 여야 지도부 및 의원 등을 수차례 만나 일방적인 물관리 일원화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는 끝내 물관리 일원화를 강행하고 말았다. 그나마 물관리 일원화 초반에는 수자원 업무만 환경부로 이관하고 하천 관련 업무를 국토교통부에 존치 시켰지만, 정권 말에 해당 업무마저 환경부로 모두 이관시키면서 당초 계획대로 물관리 일원화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필자의 경고에 동의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실제로 환경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통합물관리 예산,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김영오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은 ‘기후 위기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력 부족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매년 하천 범람이 반복되는 걸 보면 참 안타깝다. 특히 왜 지난 정부는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정부조직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꿨냐고 강력하게 묻고 싶다. 물관리 일원화의 정책 실패로 인해 국민과 산업만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묻고 싶다.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물관리 일원화만 진행하고 컨트롤타워는 만들지 않았다. 그 결과 국토부의 수자원(수량)업무와 하천관리 업무만 환경부로 옮겨갔을 뿐 나머지 농업용수(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소하천은 행정안전부가, 전력댐은 산업부가 각각 관리하고 있는 체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즉, 문재인 정부의 업무지시 5호인 ‘물관리 일원화’ 방침이 나온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홍수 사고에 더 크게 노출되고 말았다.

이런 사태는 당리당략에만 치중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잘못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필자는 댐 건설, 하천 준설 및 관리를 아우르는 건설사업을 환경규제와 관리, 감독하는 환경부에게 맡기는 것은 심판에게 선수 역할도 맡기는 꼴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물관리 일원화는 출발부터가 잘못된 셈이다.

이제라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서는 관련 업무를 국토부로 원상복구 하거나, 타 부처로 흩어진 물관련 업무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의 통합할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UN이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라 분류한 만큼 수자원관련 업무는 국토부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수질과 수량뿐 아니라 이수 및 치수를 잘 하는 것이 물부족 국가로서 기상이변과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준비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관리청 소속의 18개 국토관리사무소 등이 보유한 건설 중장비를 동원해 적절한 시기에 하천 준설을 실시하고, 하천 개발 등을 통해 장마철에 내리는 막대한 빗물을 저장해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행정부처가 바로 국토부이기도 하다.

물은 정말 중요한 자원이다. 실제로 영국의 외교관 찰리 파튼은 2018년 "(중국이) 돈을 찍어낼 수 있지만 물을 찍어낼 수는 없다"는 말을 했다. 이는 경제패권에 대한 도전은 가능하겠지만,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은 제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올해만 홍수로 인해 50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더 늦기 전에 실패한 정책을 바로 세우는 일을 진행해야 안다. 그렇기에 필자는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적어본다.

장마가 지나면 태풍이 몰려오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지난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로 인한 부작용을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고로 분명하게 인지한 만큼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물관리 문제를 바로 잡아주길 기대한다.

[최병욱 국토부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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