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론’ 소신 회피한 김영호···야당 “장관 되려는 전략” 비판
중간중간 극우적 인식도 확인
북한체제 파괴도 “하나의 방안”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유튜브 방송과 언론 기고로 드러냈던 극우적 입장에 대해 “개인 의견” “학자적 입장”이라고 피해갔다. 과거 입장을 회피하는 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가치와 철학을 부정하면서 장관을 하려 한다”는 비판했다. 여론을 의식한 조심스러운 대응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에 반대하는 등 청문회 중간중간 극우적 인식을 숨기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인식을 드러내지 않는 데 집중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은 적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나’라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건 아닌가’라는 윤 의원의 이어진 질문에 “통일은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가 안 된다고 할 경우 한반도에 우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며 체제 파괴 등 흡수통일론적 인식을 내비친 과거 입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대북 강경론자가 북한과 대화·협력을 추진해야 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김 후보자는 남북관계에 대해 “지금 정부 입장은 특수관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민족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에 반대하며 ‘1체제 2국가론’ 같은 ‘국가 대 국가’ 접근을 강조해온 것과 다르다. 김 후보자는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에 들어가게 되면 정부의 정책적 기조는 따라야 한다”며 과거 부정적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남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실상 거둬들였다. 김 후보자는 ‘한국과 미국이 전술핵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지론은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라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 질문에 “학자적 차원에서 얘기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한·미) 워싱턴 선언이 채택돼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한·미 간의 확장억제가 굉장히 강화됐다”고 자체 핵무장이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후보자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거’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인접국 정상을 제거해야 된다고 주장한 분이 대한민국 국무위원이 되는 게 맞나’라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 지적에 “학자적...”이라고 했다가 결국 “지금은 더 신중해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김 후보자가 과거 대북 강경론보다 다소 신중해진 입장을 내비치자 민주당 의원들은 ‘장관이 되기 위한 전략적 변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장관이 되기 위해 평소에 갖고 있던 가치와 철학, 사상까지 변심하면 안된다”며 “가치와 철학까지 부정하며 장관하려는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말씀만 들으면 통일부 장관으로 적임자 같다”며 “학자로서 주장한 내용들과 이 자리에서 말씀한 걸 보면 그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나. 장관이 되기 위한 전략적 시정인가”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학자 김영호와 (장관)후보자 김영호는 다른 사람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도 “학자로서의 소신과 장관 후보자로서의 견해가 좀 엇갈린다”며 “변경할 것과 그대로 지켜야 할 것의 구분이 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문제될 발언을 회피했지만 청문회 중간중간 극우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나’라는 우 의원 질의에 “헌법재판소 결정은 받아들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박씨 탄핵을 “체제전복 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그런 (탄핵)과정이 결국 북한의 (남한) 전복 전략에 역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학자로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제가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학자로서 주장해온 대북 강경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학자로서 문제 제기했던 것은 항상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북한 정권·체제를 붕괴·파괴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지금도 같은가’라는 이용선·김상희 민주당 의원 질문에 “하나의 방안”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며 명백히 부정하지 않았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적인 사고를 갖고 펴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남북 간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를 준수할지 묻자 “북한이 진심을 갖고 지켜나가는 데 달려있다”고 파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점 추진된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 효과가 많기 때문에 조금 신중해야 한다”고 부정적이었다.
김 후보자는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은 문재인 정부 같은 저자세 대북정책을 탈피한다는 뜻인가’라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국가의 위신과 국격도 대북정책에서 아주 핵심적인 가치가 돼야한다”고 인정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같이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국제정치 질서가 자유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되는 상황에서는 분명한 자유의 가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통일관과 대북관을 정립하고 교육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통일부의 역할을 묻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북한) 정보 분석 기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통일 정책에) 국제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통일부도 많이 국제화돼야 되겠다”라고 답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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