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탐욕적 소비' 계속될수록 인간도 지구도 병들어간다
필요 아닌 욕망 좇아 물건 사고버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 年20톤으로 급증
21세기 끝나기 전 6억명 터전 잃을 수도
정부 '성장만능주의'도 과소비 촉진
물질 집착 버리고 자연과 공존 필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 기온이 올해 19일 연속 43도를 넘었다. 인도에서는 45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지난달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 남부에서는 기온이 66.7도까지 올랐다. 한국도 이상 기후로 폭염 및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 오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현실로 다가왔지만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신간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원제 All We Want)는 이같은 현실을 꼬집은 책이다. 저자인 마이클 해리스는 2014년 캐나다 총독 문학상을 수상하며 캐나다를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로 떠올랐다. 전작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원제 Solitude)에서 과도한 연결 사회를 비판하고 은둔의 시간을 예찬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 우리가 진리처럼 받아들여 온 ‘끝없는 성장과 소비’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끝없이 계속되는 성장과 소비 문화에서 기후 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해리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인과 같은 생활 수준을 누린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1인당 20톤으로 불어난다고 지적한다. 인류가 석유를 처음 발견하고 첫 1조 배럴을 쓸 때까지 수천 년이 걸렸지만 그다음 1조 배럴을 쓸 때까지는 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끊임없이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환경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오염됐다. 계속되는 소비로 이산화탄소 등이 배출되고 해수면 온도가 오른다. 그 결과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최대 6억 명이 터전을 잃을 수 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인간뿐만 아니라 수십 년 안에 생물 100만 종이 멸종한다.
이같은 소비는 필요가 아닌 욕망에 기반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데도 물건을 사고 버림으로써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저자는 이 과정에서 광고의 역할도 한몫 했다고 봤다.
미국 담배회사인 아메리칸 토바코가 여성 소비자에게 담배를 팔기 위해 흡연을 남성과 같은 권력을 여성도 가지는 행위, 성별 제약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행위로 인식하도록 광고 전략을 짠 게 대표적이다. 여성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한 결과 회사는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필요에 기반한 사회에서 욕망에 기반한 사회로 광고가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경이 덜 오염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저자는 낙관론에 그친다고 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은 나아졌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냉장고 용량이 두 배 가량 커지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개인을 넘어 국가에 대해서도 ‘성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상승해도 평범한 시민이 누리는 삶의 질이 반드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만 촉진해 지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GDP 하락을 이끌기도 한다. 이상 기후로 더 강력해진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폭염으로 더 많은 시민이 병원 신세를 져 의료 체계에 부담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탓이다.
책은 지속불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는 데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물질과 소비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아가 자기 시간을 남에게 쪼개서 쓰고 이기심을 억누르고 돌보는 행동 등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들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소비 문화는 인간이 자연 없이 살 수 있다는 착각을 계속 불러일으킨다”면서 “산과 바다, 오존층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또는 가볍게 이용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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