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스마트폰 컬러가 모두 비슷했던 이유
색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구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거든요.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소비 욕구를 끌어내기 전략을 위해 '색깔'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업마다 같은 듯 다른 색상의 기기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나 중요한 스마트폰의 색상은 어떻게 채택되는 걸까요. 때론 기업들이 입을 맞춘 듯 비슷한 색상의 스마트폰을 내놓는 일도 있던데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검은색⋅하얀색이 아닌 다른 색상을 원하는 이유
과거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디자인보다 성능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해요. 스마트폰마다 성능에서 꽤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현재 동급의 스마트폰이라면 제조사 상관없이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요.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성능으로 큰 차별화를 두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차별화를 위해 기업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색상이었죠. 스마트폰 하면 생각나는 기본적인 색상에는 바로 검은색과 하얀색이 있는데요. 검은색과 하얀색은 지금도 기본적인 색상으로 출시될 만큼 시기를 가리지 않고 꾸준한 인기를 얻는 색상이에요.
하지만 익숙한 색상으로 차별화하긴 어렵겠죠. 그래서 기본적인 색상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아무 색상이나 입혀서는 안 되겠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제품 출시 약 1년 전부터 색상 트렌드를 제공해주는 기업들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후 참고 해서 제품 출시에 반영합니다. 다른 경쟁사보다 훨씬 트렌디한 색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 말이죠.
‘색상의 영향력’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한다
색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업의 실체가 궁금하실 텐데요. 20년 동안 매년 그 해의 색상을 선정하고 패션⋅마케팅⋅소셜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색채연구소인 팬톤(Pantone)이죠. 다양한 기업들이 트렌디한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팬톤의 색상에 주목하고 참고하게 됩니다. 팬톤의 영향력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꽤 지배적인데요.
지난해 팬톤에서 발표한 2022년 색상은 바로 연한 보랏빛을 띠는 베리페리(Veri Peri) 색상이었습니다. 팬톤은 베리페리 색상을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자신감이자 호기심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베리페리 색상은 진취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정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영향력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고요.
애플과 삼성도 팬톤의 트렌드 색상에 주목했습니다. 그해 신제품인 애플의 아이폰 14 일반 모델과 갤럭시 Z 플립 4 색상 중 하나로 연한 보랏빛의 베리페리 색상을 채택하며 색상 트렌드에 발맞춰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팬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마트폰 시장의 색상 트렌드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팬톤은 쨍한 분홍색을 띠는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를 2023년 색상으로 발표했는데요. 비바 마젠타를 따뜻함과 차가움의 균형을 이루는 색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루하루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요즘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독특한 색이라고 덧붙였죠.
올해 팬톤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기기가 있습니다. 바로 모토로라의 엣지 30 퓨전(Motorola Edge 30 Fusion) 리미티드 에디션인데요. 모토로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출시를 알린 이 기기는 팬톤의 2023 색상을 그대로 담았다고 합니다. 기기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전면이 쨍한 분홍빛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출시됐죠. 게다가 곧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 15 프로 모델도 '비바 마젠타'라는 이름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 상태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만 같습니다.
색상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에 팬톤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글로벌 컬러 전문기업인 WGSN과 컬러로(Coloro)도 있답니다. WGSN과 컬러로는 함께 'Z세대 노란색(Gen Z Yellow)' 색상이 향후 Z세대를 강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당장 Z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시장을 선도해나갈 색상 중 하나라고 발표했죠.
‘Z세대 노란색’이란 어떤 색상일지 궁금하실 텐데요. 쉽게 설명해서 ‘Z세대 노란색’이란 넓은 범위의 밝은 노란색을 의미합니다. WGSN의 소매와 구매 트렌드 이사인 사라 마죠니(Sara Maggioni)에 따르면 바나나, 카나리아 등 밝은 노란색이라면 뭐든 ‘Z세대 노란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밝고 눈길을 끄는 노란색은 타고난 긍정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라나는 Z세대와 어울린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Z세대에게 미칠 색상이라니, 이런 트렌드를 놓칠 수 없겠죠. Z세대는 현재 어떤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소비에 참여하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쇼핑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Z세대들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트렌드를 쫓습니다.
결국 Z세대가 제일 선호하는 브랜드 1순위인 애플이 ‘Z세대 노란색’ 색상 트렌드 잡기에 나섰습니다. Z세대를 타겟팅하기 위해 올해 3월 노란 색상의 아이폰 14·14 플러스에 출시한 것이었죠. 애플이 노란색 계열의 아이폰을 출시한 것은 지난 2019년 출시된 아이폰 11 이후 4년 만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Z세대 노란색’ 잡기에 나선 건 비단 애플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샤오미(Xiaomi)도 올해 2월과 5월 출시된 포코 X5 프로와 샤오미 13 울트라에 각각 노란색 스마트폰 모델을 포함했습니다. 지난 2월 출시된 포코 X5 시리즈인 포코 X5 프로에는 기본 색상인 파란색과 검은색에 이어 노란색 색상을 추가해 선보였고요. 지난 5월에는 샤오미 13 울트라 리미티드 에디션에 노란색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샤오미는 기기에 적용된 노란 색상 이름을 ‘은행나무 노란색(Ginkgo Yellow)’이라고 붙였죠.
트렌드를 색상으로 풀어내는 다른 배경들
그렇다고 모든 기기가 그 해 트렌드 색상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기의 색상을 선택하는 배경이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11 시리즈부터 14시리즈까지 빠짐없이 빨간색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바로 에이즈 퇴치 기부 재단인 ‘레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시하는 ‘프로덕트 레드’입니다.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 중 다크레드 색상이 포함된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올해도 애플은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목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별 선호하는 색상이 전략처럼 활용되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다른 국가에는 없는 색상을 일부 국가에만 출시해서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율을 모두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에는 삼성의 갤럭시 Z플립 4가 있는데요. 삼성은 국내에도 출시하지 않은 ‘미러골드’ 색상의 갤럭시 Z 플립 4를 인도와 중국에만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갤럭시 Z 플립 4에서 선보인 ‘미러골드’ 색상은 반짝이는 황금빛을 띄었는데요. 인도와 중국에서 황금색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나름대로 그 배경이 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황금색은 카레와 전통의상인 사리처럼 의식주 전체를 대표하는 친근한 색상이며, 중국에서 황금색은 옛날부터 부유함을 상징하는 색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색상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한 기기라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트렌디한 색상의 스마트폰을 구매하길 원하니까요.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색상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런 이유를 의식하고 보니 기업마다 비슷한 색상을 내놓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만 같습니다.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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