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대에… 교권회복법안 '낮잠'
◆ 추락하는 교권 ◆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교권 회복 관련 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는 현재 15개에 달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야당의 반대와 논의 부족으로 대부분 상임위 접수 및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회회의록에 따르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대해 전교조 출신 강민정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학생 인권 보호를 이유로 사실상 반대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교권을 침해한 학생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생의 교권 침해 행위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이다.
강 의원은 그러나 "(학생에게) 굉장히 중요한 낙인효과가 있다"면서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 학생과 교사 사이가 거의 원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동용 의원도 "교육활동 침해 학생과 교원을 분리하는 것의 취지에는 백번 동감하지만 그렇게 분리 조치를 하면 학생의 학습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추후 다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강 의원은 "학폭의 생기부 기재에 관해서 그것이 가지는 비인권적인 혹은 비교육적인 이런 성격들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명시하는 이런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생기부 기재까지 하는 것은 명백히 하나의 행위에 대한 이중 처벌"이라고 강변했다.
여야, 뒤늦게 교육위 소집 조희연 출석 놓고 공방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현재 11개에 달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상임위 접수 및 심사 단계에 있다.
지난 3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규 의원 법안과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재차 발의한 바 있다.
이태규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발의돼 상임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비극이 일어나기 전까지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무관심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국회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도 교권 회복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교육 활동에 지장을 주는 방문자의 출입을 교장이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활동 보호 조례'를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보류된 상태다.
반면 교권 붕괴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적극 추진한 학생 인권조례의 경우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라, 충남, 제주, 인천에서 시행 중이다. 교육계에선 학생 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들이 학생을 상대로 가벼운 체벌이나 훈계조차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교권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컸다.
21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교권 추락이 심각하다"며 "악성 민원,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는 교육하기를 두려워하고, 학생들은 무질서하고 무기력한 교실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교육현장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민원으로 신고하고 정서적 학대로 고소 및 고발하는 사안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교육위 전체회의를 열 방침이다. 여당은 이와 함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전체회의에 부르자고 주장했으나 야당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반대로 법안이 막혔다는 여당 지적에 대해 강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장 교사를 힘들게 하고 교육을 망쳤던 자들이 또 교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제 와서 교사 편인 듯 나서다니 부끄러움을 모른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것을 민주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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