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목표 물건너가" 46% 하반기 경영키워드는 '생존'
매출증가 예상 11% 불과
최우선 조치론 '투자 축소'
중견기업 A사는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투자 축소와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불확실성이 큰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장보다는 내실에 신경 쓰는 수비형 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A사 관계자는 "금리뿐 아니라 원자재·임금 등 각종 비용 인상은 기업에 부담이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무역 환경도 한국 기업엔 넘어야 할 산"이라며 "그나마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B사는 하반기 시설투자 계획을 보류했다. 원자재 추가 발주도 중단했다. 그 대신 원자재 재고 물량을 소진하며 생산을 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매일경제신문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사 73곳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하반기 경영 전망을 조사했다. 하반기에 추진할 경영전략 변화(복수 응답)는 투자 축소(61.3%), 현금 보유 확대(41.9%), 인력 감축(32.3%), 사업 구조조정(29.0%), 외환 관리(22.6%) 등으로 나타났다. 또 하반기 추가 시행을 고려 중인 비상경영대책은 비용 감축(47.9%), 추가 유동성 확보(45.1%), 생산량·재고 조절(38.0%), 조직 개편(32.4%) 등의 응답이 많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천 수처리센터를 매각해 약 1조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 등은 조 단위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 같은 경영전략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고금리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 기준 67.6%가 이 문제를 꼽았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도 하락 "내년 하반기에나 경기회복"
이번 설문에 따르면 연초에 세웠던 매출 목표 대비 올해 연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목표 수준에 그칠 것,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각각 46.6%, 42.4%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응답자의 46.6%가 연초 목표 대비 감소할 것으로 봤다. 목표 수준으로 예상한 응답은 43.8%였고,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 응답이 5.5%였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 경영환경 전망이 예측되면서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조사 대상 회사 중 46.6%는 최근 이 같은 상황을 경영전략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73개사 상의 회장사뿐 아니라 2000개가 넘는 제조 기업들도 하반기 전망이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상의에 따르면 2307개 제조업체 대상 기업경기전망지수(BSI)의 3분기 전망치는 91로 집계돼 전 분기(94)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기업 10곳 중 6곳은 상반기 영업실적이 당초 목표에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43.5%는 소폭 미달, 18.9%는 크게 미달이라고 답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당초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전망했지만, 내년 하반기에야 기업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는 현장 목소리가 많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회복과 수출 반등 등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킬러 규제 혁신, 첨단산업에 대한 글로벌 수준의 정책 지원 등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과감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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