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숨막힌다 … 中근무 포비아
코로나 겪고 폐쇄사회 부각
시장 매력도도 급격히 추락
베이징 거주 10년새 10분의1
근무지 교체기 기업들 골치
◆ 中근무 포비아 ◆
국내 대기업 A사는 최근 여러 사업부에서 중국 베이징 주재원을 뽑는 과정에 지원자가 전혀 나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과장급을 대상으로 해외 근무 중 승진에 유리한 가점을 주겠다는 당근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지원자는 마감 기한이 지난 후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2년 근무 후에 1년 연수까지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반응이 싸늘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중 외교관계가 냉각 기류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파견 공무원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에서도 중국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방치할 경우 한중 교류와 양국 간 민간 네트워크에 큰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반간첩법 제정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요 기업의 중국 현지 사업에 잇달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1일 베이징한인회에 따르면 베이징에 거주하는 주재원·교민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3년 무렵 10만명에 달했지만 현재 1만5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대기업 주재원 B씨는 "중국 투자 확대나 신사업 진출과 관련된 보고서를 올려도 본사에서 거들떠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한마디로 일할 의욕을 상실했다"고 털어놨다. 베이징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C씨는 "중국에서는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경제적이든 숨쉬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현지의 주거비와 교육비가 폭등한 점도 중국 근무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의 영미계 국제학교는 초등학생 학비가 연간 30만위안(약 5400만원)이 넘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35만위안(약 6300만원)에 육박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달 초 중국에서 시행된 반간첩법은 신변 안전마저 보장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시행 초기인 데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적발 사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주재원들 사이엔 흉흉한 소문이 떠돈다. 한 베이징 주재원은 "중국 로펌들과 반간첩법 관련 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등 나름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규정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많아 최대한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전문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미·중, 한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기업들이 곧장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오찬종 기자 / 송민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첨금 노리고”…자기 가게서 8천만원어치 로또 산 점주 결국 - 매일경제
- 에코프로 주가급등에 공매도 ‘백기투항’…하루 만에 5000억 청산 - 매일경제
- “애 못 키우겠다” 사교육 금지시켰더니...더 기막힌 일 터졌다 - 매일경제
- 신림역 인근 흉기난동…1명 사망·3명 부상 - 매일경제
- 아파트 분양가 10억원 훌쩍 넘겼다…한국의 미래라는 이 나라 - 매일경제
- “당신 내가 누군지 알지”…서이초 악성 갑질 부모, 직업 알아보니 - 매일경제
- 中 니오, 세계 최장 1100km 주행가능 전기차배터리 곧 출시 - 매일경제
- [주식 초고수는 지금] 매수 1위는 오늘도 같은 회사...2위로 치고올라온 AI반도체주 - 매일경제
- “먹태깡 품절대란 한 번 더?”…농심 이번엔 치킨이다 - 매일경제
- “오타니 있어요?” 문의는 폭주하는데...에인절스는 마지막까지 기다린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