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유튜브 200만뷰 신드롬 '김보라'
모델 뺨치는 몸매의 ‘핵인싸’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 밝고 선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주변을 환하게 만들면서 긍정적인 에너지 역시 나눠준다. 그렇게 주변에 '활력소'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느 때나 소중한 법이다.
여자 프로당구(LPBA)에도 그런 선수가 있다. LPBA의 대표 미녀 스타 중 한 명인 김보라(32)가 그런 유형의 선수다.
최근 유튜브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며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보라. 당구 레슨 채널인 '방수좋아TV'의 설계 게임에 게스트로 출연한 영상이 조회수 200만뷰를 넘길 만큼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
설계 게임이란 미리 어떤 두께와 당점, 힘 배합을 구상하고 그 내용을 직접 설명을 한 뒤 실제로 샷 공략을 하는 게임을 말한다. 당구를 즐기는 초·중급자들이 공격을 선택할 때 직접 선수들의 공략법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될법한 예능성 게임의 일종이다.
168cm에 달하는 훤칠한 키와 몸매를 자랑하는 김보라를 '1983당구레슨스튜디오'에서 만나 숨겨진 매력들을 파헤쳐봤다.
◆ 숭실대 교양 과목이었던 당구
이장희 전 SK렌터카 부단장과 인연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길 좋아하는 김보라의 친화력은 그를 당구의 세계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처음 그녀가 당구를 접한 건 보통의 경우처럼 4구를 통해서다.
"중학교 3학년 때 저와 친한 친구들이 CA활동(계발활동‧클럽활동)으로 당구부에 들어갔어요. 저는 그때까지 당구를 잘 몰라서 요가부에 가입했어요. 근데 친구들이 CA활동 시간이 끝나고 약속 시간이 됐는데도 오질 않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제가 친구들이 있는 당구장으로 찾아갔죠. 당구장에서 친구들 하는 게 재미있어 보이니까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4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취미로 당구를 치기 시작했어요."
원래 호기심이 많았고 무언가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김보라에게 당구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4구와 포켓볼을 즐기면서 대학에 진학했다.
갓 입학한 그는 여학생치고 당구를 제법 잘 친다는 소문이 퍼져갔다. 남학생 비율이 높았던 학과였지만 적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 당구가 계기가 돼 대학 생활을 좀 더 활발하게 누릴 수 있었다.
"제가 숭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어요. 남자 비율이 압도적인 전형적인 '남초 학과'였죠. 그래서인지 '물리학과의 여신'이 되고 싶었던 욕심이 들더라고요.(웃음) 문제는 제가 10학번인데 09학번 선배들이 다들 너무 예쁘셔서 그 목표는 실패했어요. 어떻게든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제가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아니라서 술자리를 가면 뭔가 선배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게 필요했어요. 제가 당구가 취미라는 걸 아는 오빠가 개인기로 큐걸이 자세를 취해보라고 권해서 탁자 위에서 자세를 잡았더니 다들 손뼉을 치며 좋아하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사람들하고 친해지면서 사랑받는 후배가 됐죠."
김보라는 그렇게 학교 내에서 당구로 유명해진 인물로 떠올라 당구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됐다. 당시 학교 교양 과목으로 당구 종목이 포함됐던 탓이다.
"당구 국가대표 감독이자 SK렌터카 전 부단장님이셨던 이장희 감독님이 숭실대 당구 과목 교양 교수님이셨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당구 동아리까지 생겼거든요. 그때 당구 동아리 선배가 제가 당구를 잘 친다는 소문을 듣고 2년 동안 저를 가입시키려고 계속 꼬드겼어요. 결국에는 '그럼 한 번 해보자' 싶어서 동아리에 가입했죠."
3쿠션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꾸준하게 실력을 늘려갔지만, 선수까지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냥 당구 자체에 매력을 느끼면서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다. 하지만 인연의 끈은 결국 그를 당구 선수의 세계로 이끌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학원에서 실제로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당구는 취미로만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제 성격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특히 당구를 잘 치는 고수한테도 먼저 연락해 한 번씩 볼 정도였죠. 그렇게 해서 친하게 지낸 선수들이 지금도 LPBA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지은, 김세연, 이유주 선수예요. 세연이, 지은이가 먼저 선수로 등록하고, 그다음에 유주 언니까지 등록하니까 갑자기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친한 지인들이 속속 선수로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내면에 잠들어 있던 본능이 서서히 깨어났다. 어느 순간 당구가 취미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저는 비흡연자이지만, 당시만 해도 당구장은 흡연할 수 있어 당구대 주변이 뿌연 담배 연기로 가득했거든요. 그런 열악한 환경을 참아내며 하루 12시간씩 당구를 치는 스스로 모습을 돌아보니 '아! 내가 진짜 당구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저도 당구인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고 2019년 연맹에 가입했어요."
그는 29세에 대한당구연맹 선수로 등록한 뒤 이듬해인 2020년 LPBA로 전향했다.
◆ 당구가 맺어준 남편과의 사랑
피아비와 나눈 우정과 '봉사활동'
김보라의 당구 인생에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남편과의 인연도 당구장에서 이뤄졌다. 남편도 당구를 즐기는 편이지만, 처음에는 그의 선수 입문을 반대했다. 늦은 나이에 입문해서 성공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당구를 좋아해요. 제가 김재근 프로님이 운영하는 주안CC라는 당구장을 오래 다녔거든요.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하고 게임을 치다 보니 그분들이 저랑 나이대가 비슷한 지금의 남편을 소개시켜 줬어요. 젊은 남녀끼리 당구로 어울리면서 서로 친해지라는 의미였죠. 그렇게 함께 공을 맞추다가 결국 눈이 맞은 거죠."
남편은 그의 최고 조력자이자 연습 파트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는 남편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서울 교대역 근처에 개인 연습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당구대 2대를 설치해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남편이었다.
"지금은 최고의 조언을 많이 해주는 조력자예요. 잔소리가 아니라 정말 기분 안 나쁘게 이야기해 주거든요. 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니 장단점을 잘 알아서 꼭 필요한 부분만 조언해 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힘들 땐 가장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고요. 저하고 실력이 비슷해서 가끔은 연습 상대도 해줍니다."
김보라는 친한 선수들과의 시합을 기대하며 뒤늦게 연맹에 가입했지만, 당시 여자 선수들이 대부분 LPBA로 넘어가면서 친한 친구들과의 대결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 스롱 피아비(블루원 엔젤스) 선수와 함께 활동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됐다.
당구계에서도 인정하는 김보라와 피아비의 우정은 봉사활동까지 이어졌다. 김보라는 피아비가 만든 사단법인 '피아비한캄사랑'에서 이사직을 맡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당구 저변 확대와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4월에도 피아비의 모국인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과 자선 당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자리를 빛냈다.
"제가 연맹에 가입했을 때 남아 있는 여자 선수 중 한 명이 피아비였어요. 그때 시합에 나가 같이 숙소를 쓰면서 친분이 깊어진 거죠. LPBA는 피아비보다 제가 먼저 넘어왔어요. 사실 당시만 해도 연맹에 남아 있는 여자 선수들이 정말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선수들과 맞붙고 싶은 마음에 2020년 LPBA로 넘어왔어요. 피아비도 같이 올 수 있었는데 여러 가지 절차상 해결해야 할 게 있어서 그다음 시즌에야 합류했죠."
김보라는 가장 최근 시즌 대회인 '실크로드&안산 LPBA 챔피언십' 32강에서 피아비에게 져 탈락했다. 당시 경기가 끝나고 김보라가 피아비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훈훈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피아비에게 진 게 아쉬운 게 아니라 뭔가 좀 더 내 것을 보여줬어야 하는 아쉬움이었죠. 경기 초반에는 피아비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는데 오히려 제가 더 못했어요. 그래도 저를 이기고 올라가서 우승까지 하는 걸 보니까 너무 기쁘더라고요. 피아비가 우승한 다음 날 기념으로 함께 자축 파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유튜브 조회수 '보증수표'
"올해 4강 올라가는 것이 목표"
김보라는 LPBA계의 대표적인 '당구 여신'으로 꼽힌다. 특히 유튜브에 출현할 때마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조회수 보증수표로 통한다.
최근에는 스켈레톤 국가대표에서 유튜버로 변신한 '평창 올림픽의 영웅' 윤성빈 선수가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아이언빈'에 출현하면서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 그 외에도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그를 알아보는 팬들도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
"제가 하도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유튜브 촬영을 하시는 분들도 좀 알거든요. 그러다 보니 먼저 연락을 주셔서 출연을 제의하시더라고요. 그랬는데 조회수가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와 여러 곳에서 출연 제의가 있었어요. 덕분에 당구를 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유튜브 같은 미디어에 출연한 건 제가 좋아하는 당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예요. 제가 인플루언서가 목표였다면 제 채널을 팠을 거예요."
김보라는 냉정하게 볼 때 높은 인지도와 비교하면 성적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김보라의 최고 성적은 2022~2023 시즌 제4차 '휴온스 LPBA 챔피언십'에서 거둔 8강이다. 따라서 그는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실 살면서 제가 엄청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준 게 바로 당구죠. 그만큼 소중하고요. 내가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만큼 쟁취할 수 있기도 하잖아요. 그런 만큼 이제 성적으로 보여줘야죠. 그래서 이번 시즌 4강을 목표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작년보다 애버리지를 올리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보라는 다시 한 번 당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게임방에 밀리다 보니 10~20대들이 당구를 많이 안하는데 배워보면 어떤 게임보다 재미있는 게 당구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당구를 치다 보면 제 남편처럼 저 같은 미인을 만나실 수도 있답니다.(웃음)"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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