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이초 교사 전원조사…학부모 갑질의혹 밝힌다
유가족·주변인도 탐문 조사
교사노조에 '갑질'제보 잇따라
학생 이마에 연필 긋는 사건후
"교사자격 없다 폭언" 증언도
경기교육감 "학생조례 고칠것"
◆ 추락하는 교권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알려진 이후 서이초 학부모들의 심각한 '갑질'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서이초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최근 2~3년간 서이초에서 근무했거나 현재 근무 중인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A씨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고 난 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A씨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씨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부모가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고 증언한 교사에 따르면 A씨는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또 A씨의 학급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는데 A씨는 "출근할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A씨와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으나 같이 근무했던 또 다른 교사 역시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A씨가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일부 서이초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교사 대부분이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주장했다. 서이초에서 최근 2~3년 사이 학교폭력을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학폭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학부모로부터 '나 ○○아빠인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이초를 방문해 임시 추모 공간에서 헌화한 후 "일부 학부모의 갑질 민원 제기(의혹)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조에서 제기한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서이초 교사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서초경찰서는 숨진 교사 A씨가 일했던 학교의 교장·교감을 포함해 교사 60여 명 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21일 밝혔다.
노조 측이 이러한 증언을 한 동료 교사들이 누군지 경찰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학교 교사를 전원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학교 측에 교사 명단 등을 요청했고, A씨의 유가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이날 학부모로부터 제보받은 고인의 손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고인이 지난 2월 자신이 맡았던 학생들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일이 쓴 것이라고 교사노조는 전했다. 편지에는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 같은 해로 너무나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다"며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적혀 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이 학생 권리 보호 중심으로 돼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해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이었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권선미 기자 / 문가영 기자 / 한상헌 기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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