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대란' 설상가상 인도마저 쌀수출 금지
홍수에 물량 절반으로 줄여
"대체 공급처 못구해 직격탄"
푸틴發 곡물 인플레 심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수출 물량의 약 절반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로 글로벌 곡물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비(非)바스마티 백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도 내 몬순 폭우로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봐 소매 쌀 가격이 한 달 만에 3% 상승하자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길고 홀쭉한 형태인 바스마티 백미와 달리 비바스마티 백미는 쌀알이 짧고 넓다. 두 종류 모두 우리나라에서 주식으로 삼는 자포니카 쌀과 구별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9월 인도 정부가 싸라기(부스러진 쌀알·broken rice) 수출을 금지한 데 이은 조처다. 이로써 인도의 쌀 수출분 절반가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앞서 인도는 지난해 기준 쌀 약 2200만t을 수출했는데, 비바스마티 백미와 싸라기가 이 중 약 1000만t을 차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모디 정부는 쌀 외에 밀 수출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으며, 사탕수수 수확량이 감소함에 따라 올해 설탕 수출도 제한했다. 일부 쌀 품종에는 20% 수출 관세를 부과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 정부의 이번 결정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상기후 등으로 야기된 글로벌 곡물 가격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밀 등 곡물 가격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선언 등으로 급등하던 차였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밀은 1.5% 가까이 상승해 전날 기록한 8%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B V 크리슈나 라오 인도쌀수출협회장은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 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물량을 대체할 수 없는 바이어는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로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엘니뇨에 따른 공급 우려로 쌀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의 5% 도정 쌀은 t당 515~525달러에 거래돼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라오 협회장은 "(쌀 수출 2·3위국인) 태국과 베트남은 부족분을 충당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역신용보험사 코페이스의 이브 바레 아세안 이코노미스트도 "방글라데시와 네팔, 아프리카 주요국이 인도 쌀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만큼 이번 금수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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