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축 아파트값 1년새 60% 껑충 … 90년대 '버블' 추월
1973년 통계 작성후 최고
인건비·공사비·땅값 급등에
고급주택 수요 늘어난 영향
엔저에 해외 큰손까지 몰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30년 가까이 장기 불황 늪에 빠졌던 일본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자재 가격, 인건비 등 공사비와 땅값이 크게 뛴 데 이어 도심부 고액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도쿄 도심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1~6월) 도쿄 도심부인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오른 1억2962만엔(약 11억8600만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신축 평균 분양가가 1억엔(약 9억1000만원)을 돌파한 건 197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특히 버블 경제 시기였던 1991년 9738만엔(약 8억9000만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같은 기간 수도권(도쿄도·가나가와현·사이타마현·지바현) 내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도 36.3% 뛴 8873만엔(약 8억1175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 신축 주택은 아직 한 번도 입주한 적이 없는, 준공 1년이 경과하지 않은 매물을 의미한다. 아사히신문은 "시공비와 토지 가격이 오르고 도쿄 도심에 고가 주택이 들어서면서 전체적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에서 주거용지와 상업용지 등을 합친 일본 전국 평균 땅값은 작년보다 1.6% 올랐다. 작년(0.6%)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2008년(1.7%) 이후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분양되는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든 점도 가격 상승세를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쿄 23구의 주택 분양 수는 전년 동기보다 9% 감소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어들었다.
반면 집을 찾는 수요는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상반기 도쿄 23구 중에서도 핵심 지역인 5개구를 중심으로 평균 가격이 1억엔을 넘는 고가 부동산이 잇달아 등장했다. 지난 2월 일본 최대 부촌인 도쿄 미나토구에서 분양을 시작한 고급 아파트 '미타가든힐스'는 평균 가격이 4억엔(약 36억6000만원), 최저 가격이 2억3000만엔(약 21억600만원)에 달한다. 총 1000가구 중 이미 절반 이상이 계약 완료된 상태다.
이에 대해 마쓰다 다다시 부동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초 도쿄 도심부에서 분양을 시작한 고가 주택이 부동산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도쿄 부동산의) 전반적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유층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해외에서도 일본 부동산 구매가 잇따르면서 도쿄 도심부에 고급 주택 개발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저금리에 따른 엔화 약세 혜택을 누리려는 부동산 구매자가 고급 주택 개발단지에 주목하면서 시장 상황도 이 같은 수요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에 기반을 둔 글로벌 부동산 업체 포스트린텔인베스트먼트는 최근 2년간 고급 주택 거래가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이 양 포스트린텔 전무이사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고액 자산가가 중국 주변의 지정학적 긴장을 피해 자산을 다각화하고자 일본을 피난처로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도심을 포함한 수도권의 주택 구매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반영하는 첫달 분양률은 72.7%로,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해 3년 연속 70%를 웃돌았다. 일본에서 첫달 분양률은 신축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 첫달에 계약이 성사된 비율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70%를 넘으면 흥행으로 본다. 닛케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재택에서 출퇴근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도심부와 역에 근접해 교통이 편리한 지역 주택의 수요가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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